두산은 16일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행사한 투수 이현승과 3년 총액 27억원(계약금 12억원·연봉 4억원·인센티브 3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특출난 마무리 자원이 없었던 FA 시장에서 이현승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LG의 특급 마무리로 이름을 떨친 봉중근이 있었지만 기량 쇠퇴가 뚜렷해 보이는 선수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현승은 안정감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긴 했지만 두산의 통합 우승에 크게 일조했다는 부분은 분명했다. 이현승은 올해 마무리 투수로는 다소 높은 4.84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블론세이브는 무려 7차례나 기록했다. 그러나 개인 최다인 25세이브로 두산의 뒷문을 책임졌다.
이현승을 붙잡은 두산은 FA를 신청한 3명의 소속 선수 가운데 2명을 붙잡으며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두산은 이현승에 앞서 지난달 15일 김재호와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20억원·연봉 6억 5천만원·인센티브 4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비록 이원석이 삼성 라이온즈로 떠났지만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었다. 두산의 내야진은 이미 리그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돼있다. 1루는 오재일과 닉 에반스가 번갈아가며 책임진다. 오재원(2루수)-김재호(유격수)-허경민(3루수)도 건재하다. 최주환, 류지혁 서예일 등 백업 자원들도 넘쳐난다. 이원석의 공백이 뼈아프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막바지 단계다. 이미 에반스와 마이클 보우덴은 재계약을 완료했다.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시즌 초반 한국 무대 적응에 애를 먹었던 에반스는 후반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했고 팀 타선에 힘을 보탰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08(400타수 123안타) 24홈런 81타점을 올렸다. 리그를 압도할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하는 데 있어 에반스는 팀에 필요한 존재였다.
보우덴의 존재감은 에반스 그 이상이었다. 올해 30경기에서 180이닝을 소화하면서 18승 7패 평균자책점 3.80이라는 이상적인 성적을 올렸다. 지난 6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는 KBO리그 역대 13번째로 노히트노런도 달성했다.
◇ 집단속 철저히 한 두산, 이제는 니퍼트다
2011시즌부터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니퍼트는 자타공인 최고의 선발 투수다. 데뷔 첫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로 한국 무대에 연착륙한 니퍼트는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두산 마운드의 무게감을 높였다.
올해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거둔 니퍼트다.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88%)왕 등 3관왕을 차지했다. 22승은 다니엘 리오스가 2007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역대 단일시즌 외국인 투수 최다승과 타이기록이다.
니퍼트는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KBO 시상식에서 '타격 3관왕'을 차지한 최형우(KIA)를 제치고 MVP를 차지했다.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자도 니퍼트였다.
두산도 니퍼트를 반드시 잡겠다는 방침이다. 구단 협상팀은 이미 미국으로 건너가 니퍼트의 에이전트와 계약에 관한 얘기는 나누고 있다. 니퍼트 역시 두산 잔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솟은 몸값은 다소 부담스러운 두산이다. 니퍼트는 올해 120만 달러(약 14억원)를 받았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연봉 상승은 불가피하다. 두산에 감당하기 힘들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간 니퍼트가 보여준 기량과 팀에 대한 헌신을 생각한다면 두산의 과감한 투자도 필요한 시점이다.
전력 누수를 최소화한 두산이 과연 니퍼트와 재계약에 성공해 다음 시즌 'AGAIN 2016'을 향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