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폭발사고 '인재'…"대대장이 폭발물 소진 지시"(종합)

대대장 지시 이후 소대장 등이 화약 4.8㎏ 바닥에 버려

울산 군부대 폭발사고와 관련해 53사단 헌병대 관계자가 1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
울산 군부대 폭발사고는 규정을 무시한 채 폭발물을 마구잡이로 처리하다 빚어진 인재(人災)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대의 대대장은 폭발사고의 위험성을 알고도 훈련용 폭음통의 소모를 지시했고, 이 때문에 20대 초반의 젊은 장병 2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 등 군 당국은 14일 울산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바닥에 버린 훈련용 폭음통의 화약이 폭발하면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밝힌 사고 경위는 이렇다.

이 부대 탄약관인 이모 중사는 지난달 말쯤 참모인 정보작전과장에게 소진 기간이 지난 훈련용 폭음통의 소모가 시급하다는 보고를 한다.

이 보고는 대대장에게 전달됐고, 대대장은 "위험이 있으니 비오는 날 소진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사용 후 남은 폭음탄은 다음 연도로 이월해 사용할 수 있는데도 대대장이 규정을 어긴 채 폭발물 소진을 지시한 것이다.


이 중사는 탄약반 소대장(중위)에게 1600개의 폭음탄 소진을 부탁했고, 해당 소대장은 지난 1일 시가지전투장 내 한 구조물 옆에서 병사 4명과 함께 폭음탄 안에 있는 화약을 버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폭음탄을 해체한 뒤 안에 있는 화약을 콘크리트 바닥에 버렸다.

폭음탄 안에는 1개당 3g의 화약이 들어있는데, 이들이 버린 화약의 양은 4.8㎏에 달한다.

이 화약은 바닥에 그대로 방치됐고, 이 사실을 모르는 간부와 병사 등 31명은 13일 오전 점심식사를 위해 화약을 버린 곳을 지난다.

이때 병사들의 손에 들려 있던 갈퀴나 삽이 바닥을 긁자 정전기가 발생, 화약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46분쯤 울산시 북구 신현동 예비군훈련부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28명의 장병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반웅규 기자)
사고를 조사한 정영호 헌병대장(중령)은 "소진 기간을 넘긴 폭음탄이 부대에 남아있을 경우 상급부대로부터 지적 받을 것을 우려한 탄약관 이모 중사가 화약을 버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훈련일지에는 폭음통을 제대로 소모한 것처럼 허위기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대장은 "대대장이 폭음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소진을 지시했지만 화약을 버리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며 "올 한해 지급받은 폭음탄 1842발 가운데 200여발만 사용한 것으로 미뤄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대대장과 정보작전과장, 탄약관, 탄약반 소대장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혐의가 드러난 관련자들은 군법에 따라 엄정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46분쯤 울산 북구 신현동의 군부대 예비군 훈련장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2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10명이 중경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중상을 입은 이모(20) 병사는 발가락 3개가 절단됐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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