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수성을 위해 이정현 대표가 사임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계파 인물로 옹립하는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를 짜고 실행에 옮길 태세다. 전당대회 기능을 대체하는 당내 기구인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의결을 강행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원내대표 직 접수가 출발점이다. 친박계가 '탄핵 자유투표' 당론을 채택했다는 빌미로 정진석 원내대표를 강제 퇴출한 진짜 이유다.
쿠데타 시나리오는 비대위원장 선출과 관련된 새누리당 당헌 121조에 기반을 둔다. 121조 3항은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3항 중 '전국위원회'는 당규에 의해 "전당대회의 소집이 곤란한 경우 전당대회 기능의 대행한다"고 돼 있고, 소집 방식에 있어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규정돼 있다.
친박계가 "이정현 대표가 사임하더라도 최고위원들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조원진·이장우 의원 등 친박계 강경파가 장악하고 있는 최고위가 독자적인 비대위원장 후보를 추대한 뒤 전국위를 소집해 의결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친박계는 김태호·이인제 전 의원 등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대표가 장담한대로 '12월 21일' 사퇴 약속을 번복하지 않더라도 친박만의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장 옹립이 가능한 것이다.
옹립된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된다.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 임명권을 갖기 때문에 친박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다시 당 지도부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 16일 원내대표 경선, '당권 향배' 분수령
친박계로선 이 같은 비대위원장의 임명권자가 '당 대표 권한 대행'인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반드시 16일 의원총회에서 자기 계파 의원을 당선시켜야 한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얼마만큼 표 단속이 되는지에 따라 멸족이 될지 명맥을 유지할지 방향성도 나오게 된다.
친박계는 정우택·홍문종(이상 4선), 이주영(5선) 의원 등을 후보군으로 설정하고 저울질하고 있다. 정, 이 의원은 범(凡) 친박 성향인 점이 표의 확장성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정 의원의 경우 지역적 주류가 아닌 충청권 인사인 점이,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신 전력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비박계는 대항마로 정병국(5선), 나경원·주호영(4선) 의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출신인 정 의원이 나설 경우 PK 출신인 김세연(3선) 의원이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거론된다.
그러나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차례로 접수하겠다는 구상은 당내 세력 판도를 제대로 읽지 못한 패착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친박 모임 참석자가 준 점이 우려의 배경이다. 11일 대규모 만찬 회동 이후 13일 친박계 모임인 '혁신과 통합'을 공식 출범했지만, 현역의원들은 30여명이 참석하는 데 그쳐 만찬 참석자(40여명)에 비해 규모가 줄어들었다.
만찬에 참석했으나 모임에는 가지 않은 한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나라는 민심을 계속 외면하다가는 친박의 몰락을 막을 수 없다"며 "이 상황에서 당권을 접수하겠다는 계산은 벼랑 끝 전술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