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200명 가결 정족수에서 단 1표의 차이만으로도 국운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헬조선'의 나락에 이대로 주저앉을지 말지가 국회의원 300명의 손에 오롯이 달렸다.
가결되면 수개월간 이어져온 정국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하야 및 탄핵은 물론 거국중립내각이나 책임총리제, 4월 퇴진론 등까지 어지럽게 얽히며 극도의 혼란이 계속돼왔다.
박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즉시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전까지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행하게 된다.
헌재의 심리 기간은 권고 규정대로라면 최장 6개월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헌과 이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을 추진 또는 저지하려 할 것이다.
물론 야당은 여세를 몰아 새누리당의 인적 청산과 해체까지 요구하며 압박할 공산이 크다.
그 최접점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주장하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황 총리 교체 시도가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지난 7일 CBS와 회견에서 황 총리 대행체제에 대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탄핵 찬성표의 숫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새누리당 친박계는 '폐족'의 위기 앞에서 치열한 생존 본능을 발휘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국의 혼돈과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박 대통령을 더욱 몰아치고 여당은 더욱 반발할 수밖에 없다.
난파선의 구명보트를 차지하기 위한 여당 내 계파간 투쟁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대선 관리에 신경 쓸 여력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
뿐만 아니라 야당 내부에서도 성큼 다가온 조기 대선에서 고지 선점을 위한 정파간 암투가 예상된다.
다만 230만개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 권력은, 현재의 동력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역사의 후퇴를 막을 최후의 보루다.
부결되면 새누리당은 물론 기성 정치권 전체가 엄청난 후폭풍에 공멸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4% 국정지지율과 70~80%에 이르는 탄핵 찬성 여론을 역행한 것에 대한 민심의 직접 심판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미 '촛불 시민'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위에 포진하며 부결시 '국회 해산론'을 외쳐댈 기세다.
물론 1차적 타깃은 새누리당 친박계다. 4월 총선 참패의 민심을 저버린 것도 모자라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마비를 방치해온 대가다.
비박계도 안전할 수 없다. 어쩌면 '탄핵연대' 이탈에 따른 배신감에 더욱 혹독한 보복이 가해질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4월 퇴진-6월 대선'을 내걸며 이미 한 차례 '배신'했던 비박계다. 이들이 다시 탄핵대오에 복귀한 가장 이유도, 이미 활시위를 떠난 탄핵이 부결될 경우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야당도 민심의 거대한 해일을 벗어날 수 없다. 그동안 묻어뒀던 전략 실책과 오류에 대한 비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전면적 물갈이를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부결시 전원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쳐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일단 한숨은 돌리겠지만 바닥에 떨어진 리더십을 되찾기는 난망하다.
특히 임기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당연히 임기를 지키겠다고 하겠지만, 부결시에도 '4월 퇴진'을 바라는 기류가 강하다.
야당은 패배의 후유증을 빨리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임시국회를 재소집함으로써 제2, 제3의 탄핵안을 제출할 것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친박계라도 박 대통령을 계속 붙들고 있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민심과 완전히 유리된 정치 현실이 지속된다는 것 자체가 극도의 혼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불의한 권력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는 국민적 좌절감은 뿌리깊은 냉소주의를 되살리며 우리 사회의 전진을 가로 막는 가장 고약한 독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