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0명의 무기명 표결 결과는 현재 예단하기 힘들다. 세월호 7시간 포함 문제 등 몇가지 변수 때문에 비박계 일부의 표심이 유동적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친박계 내에서도 일부 찬성표 뿐 아니라 기권표가 대거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정도로 정치권은 폭발하는 민심의 분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돼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공소장과 6,7일 열린 청문회에서도 수많은 헌법과 법률 위반 사례가 드러났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건의 주범으로서, 공모자로서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적시한 바 있다.
전날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는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씨의 입에서 "최순실씨와 대통령이 거의 동급"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최씨가 장관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콘텐츠진흥원장 등 문화계 인사 뿐 아니라 문화계 밖에서도 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더구나 고영태씨가 만들어 대통령에게 제공된 옷과 가방값을 최순실씨가 결제했다는 증언도 새롭게 등장해 박 대통령에게는 뇌물죄 적용의 여지도 생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자격이 상실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헌법을 파괴한 부분이다.
국정농단세력에게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쥐어준 사람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오직 박 대통령만이 그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고 측근들은 방치하거나 묵인, 혹은 조력하면서 독버섯을 키우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대명제를 허물어버린 잘못은 단죄돼야 하고,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탄핵소추 및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만이 유일하고 합법적인 수단이다.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서울대 교수 791명이 8일 "국민의 뜻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동문들 조차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버린 박 대통령에 대해 탄핵과 처벌을 촉구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6일 성인 1947명을 대상으로 탄핵 찬반을 물은 결과 78.2%가 찬성했다. 1주일 전보다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앞서 232만명이 참여한 지난 주 촛불집회에는 1차 집회때보다 무려 100배의 인원이 거리로 나섰다.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쯤되면 오히려 걱정거리는 탄핵에 따른 국정부재 여부가 아니라 만에 하나 탄핵안이 부결됐을 때의 상황이다. 탄핵안이 통과됐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민심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과는 판이하다.
민심의 분노가 몰고올 정치, 사회적 대혼란은 정치권조차 감당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통과든 부결이든 아직 어떤 길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그 중대한 길목에서 한국의 현대사가 쓰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