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는 가요·영화·방송연예계 전반에 스며 있는 여성혐오 현상에 주목했다. 특히 걸그룹에게서 발견되는 '수동적 여성상', 2016년이 되었는데도 '로맨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등장하는 '데이트 폭력',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외모 품평과 여성 갱년기 농담 등 면면이 다채롭다. "가장 심각하고 시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쓰고 골라낸 것"이 32개나 된다.
◇ '극한직업' 걸그룹
'2016 여성혐오 엔터테인먼트'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는 '걸그룹'이다. 보이그룹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소비돼 보다 친근한 걸그룹이 겪는 난처함이 곳곳에 실려 있다.
전 국민을 프로듀서로 만들어 11명의 소녀들을 데뷔시킨 Mnet '프로듀스 101'에서는, 대중들이 보낸 열화와 같은 '성원'뿐 아니라 프로그램 전반에 깔려 있는 '가학성'에 집중했다. 더 많이 득표해야 살아남는 구조 속에서 '프로듀스 101' 후보들은 가창력, 댄스 실력, 외모, 소속사, 성형수술 여부, 학창 시절 일화 등 수많은 부문에서 매 순간 평가당해야 했다. 아이즈는 이를 두고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투표권을 준 뒤, 그것으로 출연자들을 마음대로 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걸그룹 극한직업-GIRLS IS NOT A DOLL'에서는 말 그대로 '걸그룹'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부당한 일이 총망라돼 있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걸그룹을 '손님'이 아니라 '선물'로 소개하며 배경처럼 활용하거나, '걸그룹의 본분'을 운운하며 강제로 몸무게를 공개하게 했다. 아이즈는 더 이상 '우상'(아이돌)이 아니기에, 남성팬으로부터 강제 포옹을 당하고, 한 군인이 위문열차 공연에서 동의 없이 허리에 손을 둘러도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웃어야" 하는 곤란한 처지를 짚는다. 그러면서 "지금 소녀들이 경험하는 세상"을 "지옥 같지 않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 여전한 '외모 비하 개그'와 '데이트 폭력'
드라마라고 사정이 특별히 낫지는 않았다. '또 오해영', '우리 갑순이' 등에서 어김없이 '데이트 폭력'이 등장했던 탓이다.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도 마찬가지였다. 수지와 김우빈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드라마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고, 남주인공 신준영(김우빈 분)의 폭력적인 언행이 오히려 더 회자됐다. 다른 남성과 통화 중인 노을(수지 분)의 핸드폰을 빼앗아 바다에 던지고, 술에 취한 노을을 발로 걷어차는 등 내내 무례하고 미성숙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즈는 "지금은 2016년"이라며 "함부로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아이즈는 랩퍼 블랙넛과 MC그리의 랩에 담긴 '여성혐오적' 가사, 입에 담기 힘든 발언으로 작년 한 차례 홍역을 겪었으나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옹달샘(유세윤·장동민·유상무)가 '이미지 세탁하는 법',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을 담고 있는 드라마 '또 오해영', '아는 형님'으로 대표되는 '아재 예능'의 문제, '부당거래'(2010) 출연 이후 본격적으로 '남성이 떼로 등장하는' 영화만 나오고 있는 현실 등을 지적했다.
◇ "모든 사람이 소외·배제되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아이즈 강명석 편집장은 "(대중문화 속에서 발견되는 '여성혐오' 현상에 대해) 무조건 하지 마라고는 못하지만, 문제가 있으니 개선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것 없이 재미있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는 얘기"라며 "모든 사람들이 소외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는 'Enjoy Feminism'을 기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기사를 쓴 최지은 기자는 여성을 골목으로 끌고 가서 강제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음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문제 없음' 판정을 받은 SBS 드라마 '우리 갑순이' 사례를 들어, "여성들과 몇몇 매체들이 문제제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인 구속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쓰는 사람들도 듣는 사람들도 지겹다고 할 수 있지만,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도와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한 번 가진 문제의식을 끝까지 놓지 않되, 계속 새롭게 다루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근우 기자는 "기자는 당연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당한 것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합당한지 한 번쯤 질문하고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기자라면 단순한 토로와 불평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논리적으로 구조화된 공적 발화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 뭐가 재밌느냐? 노잼 세상을 원하느냐'는 질문이 들어올 수 있는데 물론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나온 배구선수 김연경 같은, 전형적이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가 나왔을 때 그것이 왜 신선하고 의미가 있는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