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청와대와 친박계의 막판 뒤집기 시도가 예상돼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주축인 비상시국회의는 4일 장시간 격론 끝에 박 대통령의 4월말 퇴진 여부 등 입장 표명과 상관없이 탄핵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하며 배수진을 쳤다. 청와대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적도 없지만 앞으로 요청이 오더라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비상시국회의는 또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힘으로써 표결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암시했다.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가결 정족수는 충분히 채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 29명 중에는 김무성 의원 등이 일부 이견을 나타냈지만 최종 단계에서는 표결 없이 만장일치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같은 급반전은 230만개의 촛불이 동력이 됐다. 사실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박계의 탄핵전선 복귀를 예상하기 힘들었다.
비박계는 심지어 ‘자퇴하겠다는 사람을 굳이 퇴학시켜야 하느냐’는 논리가 먹혀들면서 강온파로까지 나뉘는 상황이었다.
유승민 의원 등 강경파는 박 대통령이 4월말 퇴진과 2선 후퇴 약속을 해줘도 야당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탄핵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다 합쳐야 10명 안쪽에 불과했다.
탄핵에 동조했던 나머지 20여명은 이탈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강경파들조차 끝까지 입장을 고수할지 의문이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탄핵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고, 오히려 탄핵 부결 이후의 시나리오가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6차 촛불을 통해 터져나온 민심은 여의도 정치의 셈법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우선적으로 비박계에 대해 가차없는 심판을 경고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 상태에서 탄핵이 불발된다면 친박에 앞서 비박계가 몰매를 맞게 되고 김무성 의원은 (촛불민심으로부터) 공적 1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탄핵연대는 복원됐지만 막판 변수는 남아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더욱 적대적인 민심과 맞닥뜨리면서 탄핵 저지에 사활을 걸다시피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정세균 의장 제외)이 탄핵안을 공동발의하긴 했지만 무기명 투표의 성격상 이들이 모두 찬성 투표를 할지도 미지수다.
야당 내부에서도 탄핵 가부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100% 찬성표가 나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럴 경우 친박계가 탄핵 찬성 의원들의 부분적인 이탈만 이끌어내도 의결 정족수가 위험해지는 것이다.
다만 9일 표결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고 비박계가 결속을 강화한데다 무엇보다 촛불민심이 맹위를 떨치는 판국이어서 또 한 번의 상황 반전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