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진퇴 문제 결정을 국회에 넘긴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강고해 보였던 야권의 탄핵 대오에 균열을 내는 등 먹혀 드는 분위기다.
◇ 與 비박계 이탈 여파, 1일 발의는 무산
당장 1일로 예상됐던 야권의 탄핵안 발의는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오는 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하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1일 탄핵안 발의'를 제안했지만, 국민의당이 거부한 탓이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탄핵안 가결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가 박 대통령 제안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 제안 이후 '여야가 일단 박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를 협상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오는 9일 탄핵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일 "오는 9일에도 비박계가 탄핵에 참여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만큼 야 3당만이라도 1일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국민의당을 압박했다.
정의당 또한 "1일 탄핵안을 발의해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가결이 보장되지 않는 탄핵안 발의는 무의미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비박계의 태도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입장이 갈리자 야 3당 대표는 1일 오후 긴급 회동까지 열었지만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1일 발의 불가' 입장을 고수해 결국 2일 처리는 무산됐다.
국민의당 참여 없이는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쳐도 탄핵안 발의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를 충족할 수 없어 탄핵안 발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처리 전망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1일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 내년 4월 말 사임, 내년 6월 말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도 이런 여당의 당론에 성의 있는 반응과 대화를 촉구한다"며 야권이 거부한 '박 대통령 임기 단축 여야 협상'을 압박했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일부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말 자진사퇴'를 수용하면 굳이 탄핵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새누리당과 조기퇴진 로드맵에 대한 협상을 거부하거나 협상에서 합의해주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이 만일 새누리당의 당론을 받아들인다면 비박계의 집단 이탈로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비박계의 태도를 탄핵안 처리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탄핵안 발의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