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특검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공석으로 두는 길을 택했다. 사정라인의 한 축을 포기한 이상, 다른 한 축인 민정수석만큼은 유지시키면서 사정라인 장악력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박근혜 대통령은 법무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민정수석의 사표는 보류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김 장관은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 수사결과와 관련한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을 들어 지난 21일 밤 사표를 냈다. 최 수석은 이후 '같은 책임을 느낀다'며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정라인 수장들의 잇따른 사임을 우려해, 이들의 사의 철회를 설득해왔다. 그러나 김 장관은 끝내 사의를 꺾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수석 역시 사의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근무를 계속하면서 박 대통령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김 장관 설득에 실패한 게 된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한계를 직시하는 것은 물론, '법무부 장관 자리를 비워도 될 상황'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안으로 특별검사 임명이 예정돼 있는데, 검찰도 이에 맞춰 수사를 종결하고 수사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법무부 장관에게 특검 관할 권한이 없는 만큼, 후임 장관 임명이 시급하지는 않다.
반면 박 대통령에게 최 수석까지 포기할만큼 여유는 없다. 민정수석까지 공석이 되는 경우 사정라인 전체가 붕괴되는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된다. 또 최측근 법무 보좌기능을 포기해서는 탄핵 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 수석은 놓아주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한편 박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법무부 장관의 공석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 대비에 매진해야 해 장관 인선 절차가 늦어질 수도 있고, 임명권 행사 전에 탄핵당해 권한 자체를 상실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