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제주4.3'부분 검정교과서보다 축소 후퇴

사건 발발 등 축소나 생략해 간단 기술...오영훈 의원 "폐기 앞장"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추진해온 국정교과서가 제주 4.3사건에 대한 기술이 현재 사용중인 검정교과서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오영훈 의원(제주시을,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교육부가 공개한 중고등학교 국정교과서와 기존 중고등학교 검정교과서를 비교분석한 결과 내용과 분량 면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변질 또는 축소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은 4.3사건에 대해 "제주도에서는 1947년 3.1절 기념 대회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1948년 4월 3일에는 5·10 총선거를 반대하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1954년 9월까지 지속된 군경과 무장대 간의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무고한 제주도 주민들까지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총선거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였다"고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다.


오영훈 의원
하지만 이같은 국정교과서 4.3 기술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 검정교과서가 당시 제주도에서의 갈등 상황 등 사건 발발에 대해 자세한 배경을 기술하고, 엄청난 희생자 규모 등을 기술한 것에 비해 심각하게 후퇴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건 발발 과정을 축소하거나 생략한 채 간단히 기술하는데 그침에 따라 마치 사건의 주원인이 남로당 제주도당에만 있는 것처럼 비춰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검정교과서 8종 중 5종은 별도 박스를 통해 발발 과정과 역사적 의미, 진상규명 노력 등에 대한 상세한 참고자료를 첨부해 설명한 것과 달리 국정교과서에는 별도의 참고설명 자료도 첨부되지 않았다.

검정교과서 8종 중 6종에서 각주를 통해 4.3사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 것과 달리 국정교과서에는 각주를 통해 "2000년 국회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공포하였다"는 간략한 설명만 덧붙이는 데 그쳤다.

중학교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역시 4.3사건을 5.10 총선거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언급만 하고 각주를 통해 작은 글씨로 페이지 우측 하단에 기술하는 수준이다.

오영훈 의원은 "정부가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더니 역사를 거꾸로 돌려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는 최악의 교과서를 만들었다"며 "4.3 사건으로 희생을 당한 수많은 유가족 뿐만 아니라 전 제주도민과 함께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축소한 엉터리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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