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최순실 게이트에도 "재벌 사회환원" 미화

교육부가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과 편찬기준(안)을 언론에 배부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고등학교용 현장검토본 한국사 교과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정경유착 문제 본질을 회피하고 재벌 미화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사 교과서 267페이지에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 세계의 변화'라는 대단원 가운데 박정희 정권시절 '중화학 공업의 육성'이라는 소주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사 집필진은 "1973년 1월 박정희 대통령은 중화학 공업화 추진을 선언하였다"라며 " 중화학 공업의 경쟁력을 위해 국내 수요보다 더 큰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출 필요가 있어, 정부가 산업별로 소수의 기업가를 선정해 필요한 자금을 낮은 이자율로 공급했다"고 썼다.

집필진은 이로 인해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집단이 성장하여 여러 업종에 걸쳐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고 기술했다.

특히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돋보기'라는 별도 코너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라고 유일한과 이병철, 정주영 등 3명을 꼽았다.

교과서는 "유일한은 기업활동 통해 모은 대부분의 재산을 공익 재단에 기증하여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기업의 아름다운 가치를 보여 주었다"고 기술했다.


이병철은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여 한국이 정보 산업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했다"고 썼고 정주영은 "그가 조선소 건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영국 투자은행에 보여주며 "우리는 이미 1500년대 철갑선을 만들었다"라고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고 적었다.

한국사 교과서가 박정희 정권 시절 산업화 부분만 적극적으로 미화한 것이다.

◇ "유일한 슬쩍 묶어 재벌이 이윤을 사회 환원한 것처럼 미화"

고(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 (사진=자료사진)
특히 유일한을 이병철, 정주영과 함께 클로즈업함으로써 재벌들을 미화하는데 동원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박사는 "미안하니까 유일한도 슬쩍 묶은 것 아니냐"며 "더 고약한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게 한국기업의 아름다운 전통인 것처럼 호도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벌들이 '노블리스오블리제'를 펼친 것처럼 일방적으로만 미화해놨다는 것이다.

이는 전경련 같은 재벌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역사학자들은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교과서인데 마치 경제 교과서나 사회 교과서처럼 기술해 놓았다"고 질타했다.

이는 작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관·재벌 유착'의 심각성을 도외시하고 산업화만을 미화하는데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0년대 당시 정부 규제로 서민은 높은 이자를 내고도 대출을 못받은 반면, 재벌은 산업화라는 기치아래 낮은 이자율로 급성장했다. 이 때문에 '정경유착' 고리가 형성됐고 그로인한 부정부패는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직 대통령들은 수천억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기업들로부터 거뒀다가 감옥에 갔고, 현직인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을 통해 8백억원이 넘는 돈을 재벌기업에서 강제 모금하다가 검찰 수사를 받고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이러한 현실인데도 대부분의 재벌기업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 것처럼 교과서에 포장하면서 전경련이 내세운 '재벌관'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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