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우병우 '핵우산' 아래 '박·최순실 전횡' 견제 무력화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주변인물들이 아무런 견제 없이 국정농단의 전횡을 일삼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커넥션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명실상부한 '핵우산'이었다. 두 사람을 빼놓고 이 정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을 빼면 두 사람은 박 정부에서 알파요 오메가였다"며 "두 사람이 제 역할을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을 조력하고 견제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왕실장'이었다.

우병우 전 수석도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 인사를 주무르면서 일사분란하게 사정기관을 지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두 사람이 전권을 갖고 사정기관을 지휘한 만큼 그 권한을 통해 '감시견' 역할을 했다면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오히려 최씨와 연줄과 인맥을 맺으며 전횡을 비호한 의혹은 점점 실체로 확인되고 있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을 종합하면 최씨와 직.간접 관계를 갖고 '핵우산'을 '종이우산'으로 무력화 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순실 최측근인 차은택씨의 변호인은 "차씨가 최씨 소개로 2014년 6~7월쯤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종 문체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를 만났다"고 밝혔다.

차씨는 최씨가 "가보라"며 건네준 주소로 찾아갔더니 김기춘 비서실장의 공관이었고, 그곳에서 문화계 유력인사들과 접촉했다.

차씨는 그 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됐다.

김 전 비서실장은 그동안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물을 때마다 "알지도 못하고 통화한 적도 없다. 일면식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인 김 전 비서실장은 40년 가까이 박 대통령의 곁을 지킨, 대통령의 그림자였다.

박정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그는 중정의 핵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비서실장이 최씨와 최씨 언니 최순득씨가 단골인 차움의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 전 비서실장은 차씨 측 폭로 이후 "박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보라 해서 공관으로 불러 만났다"며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돌렸다.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덮었다는 의혹을 사온 우 전 수석도 차씨 측에 의해 관계의 일각이 확인됐다.

우 전 수석은 '황제조사' 논란이 일었던 지난 6일 검찰 소환조사 당시 기자들로부터 '최순실 사태에 관해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책임을 느끼느냐'는 첫 질문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잠깐만…"이라며 머뭇거린 뒤 "오늘 검찰에서 물어보시는 대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만 답했다.

그런 우 전 수석의 장모가 최씨, 차씨와 함께 골프 회동을 한 사실이 차씨의 변호인 입을 통해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이 사실상 소유한 기흥CC에서 이화여대 교수 1명까지 동석해 라운딩을 했다는 것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병우 민정비서관 발탁,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에도 최순실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혔다.

양쪽의 설명대로라면 우 전 수석은 장모와 최순실의 만남을 통해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우 전 수석은 김 전 비서실장 밑에서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지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씨 측 국정 전횡을 알고도 손을 쓰지 않았다는 의혹, 그 이유까지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찰이 '최순실-김기춘-우병우' 커넥션을 밝힐지 주목되는 이유다. 검찰은 최근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사무실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김 전 비서실장 소환 여부에 대해 "아직 특별하게 소환 계획은 없다"고 밝혀왔다. 우 전 수석과 관련해선 "의혹을 계속 보고 있는데, 아직 특별하게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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