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썩어도 국민은 빛났다…"새역사 쓰는 시민의식"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광장을 또 한번 축제의 장으로 물들였다.

5차까지 진행된 촛불집회가 매주 최다 인원을 기록하는 것은 평화시위를 외치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시민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등 전국 100여곳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는 헌정 사상 최다 인원인 19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만 150만명이 모였지만 집회는 흥겨운 가운데서도 시종일관 질서정연하게 진행돼 '집회'라기 보다는 '축제의 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이날은 특히,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이 허용되면서 청와대와 시민들의 거리가 200m까지 좁혀진 날이었다.

시민들은 북, 장구, 꽹과리를 치며 청와대로 돌진했다. 그러나 경찰이 친 차벽 이상으로 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일부 행진 대오가 법원이 허용한 시간을 넘어서까지 자리를 지켰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집회 허용 시간이 끝났다"는 알림에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왔다.

평화시위를 유지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경찰도 막무가내식 제지를 자제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남아있던 시위대가 "불복종"을 외치며 철수를 거부하자 강제진압을 하지 않고 통인로터리 부근에 2차 방어 차벽을 설치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5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서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청운동 거주 주민들에게는 차벽을 열어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기도 했다.

경복궁 사거리 등에서부터 길을 틀어막고 신분증 확인없이는 집에 간다는 시민들도 들여보내주지 않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4차까지 이어진 집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집회에서도 쓰레기를 스스로 줍는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도 이어졌다. 경찰의 차벽에 붙인 꽃무늬 스티커 역시 자발적으로 뗐다.

연일 기록되는 성숙한 집회 모습에 외신들도 한국 정부와 시민들은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영국 BBC 뉴스는 "한국 국민은 정직하지만 정치·경제 상층부의 부패 스캔들은 끊이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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