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집회를 2시간여 앞둔 오후 4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박근혜 퇴진! 언론장악 분쇄! - 시민과 함께하는 언론노동자 한마당'이 진행됐다.
눈비가 내리는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모인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언론노동자와 시민 등 400여 명이 참여해 "퇴진 박근혜, 청산 언론부역자", "박근혜 끄고, 공정언론 켜자"고 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을 실감케 한 일대 사건이다. 언론의 침묵과 무관심이 지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있게 했고, 반대로 언론의 관심과 견제가 지금의 촛불집회를 만든 원동력이다.
사회를 맞은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많은 분야가 얽혀 있지만 언론이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면서 "언론의 역할, 특히 제대로 된 언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이날 언론노동자 한마당에는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김주성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나와 취재 후기를 전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언론이 바로 서 있어야 할 이유에 대해 역설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가장 먼저 취재를 시작하고 보도했던 매체는 TV조선이었지만,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폭로한 것은 한겨레였다. 이 매체의 보도가 지금의 권력형 비리를 드러내는 시발점이었다.
김 선임기자는 "지난 9월 20일 최순실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했다. 그때만 해도 '이것은 작은 불씨다. 꺼뜨리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이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한겨레)는 가느다란 실을 실타래에 감았고, 다른 언론의 선후배들이 함께 감아 이제는 든든한 동아줄이 돼 박근혜라는 동상에 걸게 됐다"며, 이날 모인 언론노동자들을 향해 "동상을 끌어내릴 때까지 같이 가자"고 당부했다.
지난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서명식이 비공개로 진행되자, 이에 반발해 취재를 거부한 언론매체 사진기자들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청와대 기자들이 질문 한마디도 못 하는 현실에 시민들의 불만이 가득했는데, 사진기자들의 취재거부와 항의는 최근 본 기사 중 속이 가장 시원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 협정은 군과 항만의 위치 등 군사 기밀을 교환하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느 선까지 공개가 합의됐는지 모른다는 것"이라면서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도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진보-보수, 좌-우를 떠나 국민의 알권리가 막힌 것이기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공식 지정 병원이 아닌 차움, 김영재의원 등 병원에서 주류 의학이 하지 않는 주사들을 대리 처방한 부분에 관심 많다. 또 최순실 모녀가 김영재의원에서 처방 받았던 프로포폴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는데, 비선 의료진들이 어떤 주사제를 구매했고, 그 약품이 어떻게 유통됐는지 몰두 중"이라면서, 이것이 세월호 7시간을 밝힐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취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 기자들의 취재기에 이날 현장에 모인 동료 언론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화답했다.
토크콘서트 중간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면 흥을 돋운 문화노동자 연영석 씨는 "언론이 너무 중요하다. 힘없는 약자에게 따스한 시선을 가진 언론이 되어 달라"고 바랐다.
또 자유발언을 한 한신대학교 강한님(학보사 기자) 씨는 "(이 집회는) 박근혜 하야가 끝이 아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언론이 진실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