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울행정법원이 편찬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건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 요구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편찬기준은 교과서의 서술 기준과 원칙을 담는 '가이드라인'으로, 원래 집필 착수 단계에서 공개돼야 하지만, 현 정부는 46명의 집필진 면면과 함께 일체 비밀에 부쳐왔다.
이날 공개된 편찬기준을 살펴보면 그동안 역사학계와 교육계에서 우려해왔던 '뉴라이트 관점'이 대거 반영됐다.
가장 큰 논쟁거리였던 '대한민국 수립' 시점의 경우 사실상 뉴라이트가 1948년 8월 15일로 지목해온 '건국절 개념'을 수용했다.
편찬기준은 '성취기준'을 통해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하고, 6⋅25 전쟁의 발발 배경 및 전개 과정과 전후 복구 노력을 살펴본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엔의 결의에 따른 5․10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을 서술한다"고 돼있다.
편찬기준은 다만 "대한민국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하였음을 설명하고, 제헌 헌법의 이념 및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서술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스탈린의 정부 수립 지시에 따른 북조선 임시 인민 위원회 설치 등 북한의 정권 수립 움직임이 대한민국 수립 추진보다 먼저 있었음에 유의한다"거나 "대한민국 수립을 전후하여 제주 4․3 사건이 발생하였음에 유의한다"는 지침에서 보듯, 1948년이 '대한민국 수립' 임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편찬기준은 또 "역대 정부를 서술할 경우에는 집필자의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그 공과를 균형있게 다루도록 유의한다"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독재 시절 있던 '공'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임에 유의한다"면서 "새마을 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 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계획을 기반으로 이룩한 경제 발전의 과정과 그 성과를 시기별로 서술한다"거나 "농업국가에서 수출 주도형 경공업 산업을 거쳐 중화학 공업 및 정보통신 지식산업 중심의 산업국가로 개편이 이루어진 내용을 여러 사례를 통해 서술한다"는 지침도 포함됐다.
국정 농단으로 지지율 4%에 탄핵 위기로까지 내몰린 박근혜정부의 '5대 국정지표'는 △활기찬 시장경제 △인재대국 △글로벌코리아 △능동적 복지 △섬기는 정부다.
정부는 이같은 편찬기준을 토대로 46명의 '복면 집필진'이 참여해 만든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뒤, 내년 3월부터 전국 중고교 학생들이 배우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