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3)는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며 400타수 이상을 기록한 최근 8시즌동안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 중 한명이었다. 최형우는 2009년부터 매시즌 최소 23개 이상의 홈런을, 77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했다.
최형우는 2011년 MVP급 시즌(타율 0.340, 30홈런, 118타점)을 보냈고 다음해인 2012년(타율 0.271, 14홈런, 77타점) 다소 주춤했지만 이후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해왔다.
최형우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시즌동안 평균 타율 0.338, 평균 31홈런, 평균 116타점, 평균 장타율 0.596을 기록한 타자다.
올해는 타율 0.376, 31홈런, 144타점을 기록했다. KBO 리그에서 3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의 스탯라인을 달성한 타자는 이승엽, 테임즈, 박병호에 이어 최형우까지 4명뿐이다.
최형우는 지난 2015년 2월 'OSEN'과의 인터뷰에서 "FA 120억원 시대를 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최형우의 발언은 급격히 과열된 FA 시장의 분위기와 맞물려 야구 팬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최형우는 정확한 금액를 목표로 삼은 게 아니라 그만한 가치가 있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최형우는 꾸준한 활약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24일 KIA와 4년간 총액 10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120억원 계약은 아니었지만 사상 최초로 FA 100억원 계약 시대를 열면서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2년 전 자신의 발언을 책임졌다고 볼 수 있다.
보상금과 보상선수 등을 더하면 KIA가 투자한 돈은 100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축소 발표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KIA는 왜 최형우에게 1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을까.
최형우의 나이는 적잖다. 1983년생으로 올해 만 33세다. 삼성에서 이미 전성기를 보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형우는 30대에 접어들어서도 꾸준히 최정상급 기록을 남겨왔다. 특히 올해 타율(0.376), 타점(144개), 득점(99개), 출루율(0.464), 장타율(0.651) 등 타격 주요 부문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기량 하락의 조짐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특별한 부상없이 매시즌 꾸준히 많은 경기에 출전해왔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게다가 KIA는 좌타 거포 부재에 시달렸다. 올해 이범호가 타율 0.310, 33홈런, 108타점을, 나지완이 타율 0.308, 25홈런, 90타점을, 김주찬이 타율 0.346,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했지만 상대 마운드를 위축시킬만한 좌타자는, 특히 거포는 없었다.
최형우는 우타일색인 KIA 타선의 좌우 밸런스를 강화시켜줄 수 있는 타자다.
KIA는 여러 포지션의 중복 문제를 각오하고 최형우 영입을 단행했다.
최형우는 좌익수다. 타격에 비해 수비가 좋은 편은 아니다. KIA는 이 부분을 감수하기로 했다. 최형우는 타격으로 수비를 상쇄해왔다.
그런데 KIA에서는 김주찬이 그동안 좌익수를 맡아왔다. 4년간 40억원의 FA 재계약을 체결한 나지완은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했지만 야수를 맡아야 하는 날은 좌익수로 나섰다.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최형우가 풀타임 좌익수를 맡을 것이 확실하다. 이 경우 김주찬이 1루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외국인타자 재계약 혹은 영입이 변수지만 어쨌든 1루와 지명타자, 외야진의 깊이는 두터워진다. 중복 여부와 투자의 효율성이 우려될 수 있으나 144경기 체제의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터운 선수층이 나쁠 건 없어보인다.
다만 KIA가 단숨에 우승권 전력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에이스 양현종이 FA 자격을 얻고 해외진출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의 해외 진출 의지는 굉장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KIA는 차선책으로 타선 보강에만 액면가 140억원을 풀었다. 타선 강화는 확실해졌다. 변수는 마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