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주사 구입을 "직원 건강용"이라고 해명했던 청와대는 비아그라 구입에 대해선 "아프리카 순방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한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를 60정(37만 5천원) 구매했다.
또 한미약품의 '팔팔정 50mg'도 같은 달 304개(45만 6천원) 사들였다. 비아그라의 복제약인 팔팔정은 성분도 똑같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수행단의 고산병 치료제로 구입한 것"이라며 "실제 복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5월말 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걸 감안하면, 청와대가 5개월전부터 고산병까지 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비아그라에 함유된 실데나필 성분은 저산소증 억제 효과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지난 201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대통령실' 또는 '경호실' 명의로 사들인 의약품은 764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와 멜스몬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백옥주사'로 불리는 루치온주처럼 치료보다는 미용이나 영양이 주목적인 약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잔주름 개선용으로 알려진 라이넥주는 지난해 4·11·12월 등 3회에 걸쳐 50개씩 모두 150개를, 멜스몬주는 2014년 6월 50개를 구입했다. 히시파겐씨주는 지난해 4월과 올해 6월에 50개씩 100개, 푸르설타민주는 2014년 11월 50개, 루치온주는 지난해 4·9·12월에 60개를 사들였다.
청와대는 또 원래 중증감염증 면역제이지만 항노화 목적으로 처방하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도 지난해 11월과 올해 3·6·8월 등 4회에 걸쳐 11개를 구입했다.
피로 해소나 잔주름 개선용으로 쓰이는 '타미풀 주사' 등의 비타민 주사약 9종도 1080개, 무기질제제 주사약 셀레나제티프로는 70개, 단백질 아미노산 주사인 크레타민 160개도 구매했다.
또 강력한 이뇨작용으로 단기간 다이어트에 쓰이는 '라식스주사' 50개를 비롯, 리도카인염산염수화물 등 4종의 마취제도 180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들 주사 약품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구매했다"며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들인 약품의 용도나 용량을 놓고는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대 약학과 설대우 교수는 "태반주사니 백옥주사니 하는 것들은 모두 의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데다, 치명적인 부작용까지 불러올 수 있는 약품들"이라며 "예로부터 보약도 짓지 않기로 유명한 청와대에서 이런 약들을 다량 구매했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