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상의 신분에 차이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달리 피의자 신세가 아니었다.
2004년 3월 16대 국회가 노 전 대통령을 탄핵할 때 들이민 근거는 수사를 통해 확정된 피의사실이 아니었다. 선거중립의무 위반, 측근들의 비리에 대한 책임,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중립의무 위반 소지를 인정하되, "직을 박탈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가 아니다"라면서 탄핵을 기각했다.
탄핵 위기에 놓인 대통령을 향한 민심에도 차이가 있다. 12년 전에는 국회의 탄핵 추진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현재는 반대다.
2004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3일전 KBS의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5.2%로 찬성(30.9%)의 갑절에 달했다. 탄핵안의 국회 통과전망은 '통과되지 못할 것'이란 응답이 66.0%이었다. 결과적으로 국회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게 됐다.
지금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원하는 여론이 월등하다. 지난 16일 C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이나 자진사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3.9%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한국갤럽 기준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역대 최악인 5%에 고착돼 있다.
다만 국회 의석 분포상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이 소수라는 점은 유사하다.
현재는 민주당(121석)·국민의당(38석)·정의당(6석) 야3당이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야권성향 무소속 의원을 감안하면 탄핵 찬성표는 171표까지 늘어난다. 이대로는 탄핵 의결정족수(찬성 200표)에 미달한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 비박계의 적극 호응이 예고돼 있다. 여당은 친박계 지도부의 맹목적 대통령 옹호로 '분당' 직전의 계파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가 전수조사한 보도에 따르면 여당 내 '탄핵 찬성' 의원들은 확인된 것만 31명으로 나타났다.
12년 전 대통령 탄핵 가결은 한달 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와 새누리당·민주당의 몰락이란 역풍을 초래했다. 이번 국회가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경우에도 정치적 격변이 발생하게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