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56일 철도사고 속출.. "코레일, 노출 안되게 은폐"

철도 파업이 50일을 넘기면서 대체인력 안전사고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코레일은 사고 경위까지 축소 보고하는 등 '정상운행'만을 강조하고 있다.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KTX 열차가 대체인력 기관사의 실수로 터널 안에서 13분 동안 멈춰 섰지만, 코레일은 자연재해(비)로 인해 정차했다고 축소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날 서울 용산역에서 여수엑스포로 향하던 KTX 715호 열차가 밤 9시쯤 순천역 인근 조곡터널 안에서 2차례에 걸쳐 13분 동안 정차했다.


사고 당일 비가 내리면서 철도 바퀴가 미세하게 헛도는 바람에 바퀴 회전수 등에 따라 열차 위치를 판단해 철도 운행을 제어하는 열차 자동방호장치(ATP)에 오차가 발생했다.

차량은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상용 제동'에 들어갔지만,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기관사는 오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긴급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해 '비상 제동'에 따라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전기적 신호로 차의 속도를 줄이는 '상용 제동'과 달리 '비상 제동'은 제동관의 공기 압력을 빼고 차를 완전히 세웠다가 10여 분 이상 압력을 높여야 하므로 장시간 열차가 멈춰 설 수밖에 없던 것.

노조 관계자는 "이날 투입된 기관사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되기 전에는 KTX를 1년도 채 몰아보지 못했다"며 "상용 제동 상태는 차로 따지면 브레이크를 밟은 수준이어서 승객들이 알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운행하면 될 일인데, 기관사의 조작 미숙으로 열차가 멈춰 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내부 보고에서 사고 원인에 대해 "자연재해"로 축소 보고했을 뿐, 기관사의 잘못은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7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하는데도 열차가 큰 차질 없이 운행되는 것은 철도공사 운영의 비효율성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했지만,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대체인력발(發) 사고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코레일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철도안전혁신위원회 회의를 열고 철도 안전을 거듭 강조했지만, 같은 날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코레일의 '정상운행' 다짐이 무색해졌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인천 축항 부두에서 대체인력 기관사가 몰던 3331호 화물열차가 정지 신호에도 계속 후진한 바람에 뒷부분의 열차 2량이 한계선을 지나치고 1량이 벽을 뚫고 나가는 사고가 일어났다.

화물열차가 아닌 승객들을 태운 열차였거나 벽 인근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

또 오후 4시 50분쯤 조치원역에서는 전차선으로부터 기관차에 전력 공급을 제어하는 주회로차단기(MCB)가 고장 나면서 280여 명의 승객이 후속 열차에 갈아타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전창훈 사무처장은 "이 외에도 18일 당일만 5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벌어졌지만, 공사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은폐하고 있다"며 "대체기관사 뿐 아니라 대체 정비인력들의 미숙함으로 현장직원들조차 불안함을 호소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이어 "코레일은 국회의 중재안에 대해 아직도 답변하지 않고 있다"며 "코레일이 진정으로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전향적인 자세로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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