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대변인은 20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부터 6시간 가량 지난 뒤 이뤄진 브리핑이다.
정 대변인은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마치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주장했다.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수사팀의 오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간 진행되어 온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검찰의 일방적 주장', '전혀 입증되지도 않은 혐의', '성급하고 무리한 수사 결과 발표' 등의 표현을 동원했다.
박 대통령이 향후 검찰수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도 발표됐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의 수사까지도 아무 조건 없이 수용했으며 앞으로 진행될 특별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본인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유영하 변호사도 같은 입장을 냈다. 유 변호사는 "이미 검찰이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고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유 변호사가 언급한 '중립적인 특검'의 표현도 의미심장하다. 특검의 구성이 박 대통령 보기에 '비중립적'인 경우 특검 수사도 거부할 소지가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은 탄핵 절차 돌입을 시사하면서 아예 정치적 승부수를 거는 인상도 남겼다. 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정 혼란이 가중되는 경우라면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에 대해 정 대변인은 "그 언급 그대로 이해해달라"면서 즉답을 피했지만, 탄핵을 통한 박 대통령의 정면승부 의지가 드러났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정의 소홀함이 생겨나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대변인 브리핑)이라고 국정 재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지지율 5% 고착, 100만 촛불시민의 퇴진 요구에 이어, 형사 피의자 전락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포스트 박근혜'를 논의하던 여야 정치권에도 중대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