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범행 사실상 주도...안종범에 깨알지시

최순실에 운영 맡기고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 지시하는 구조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단계부터 강제모금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챙기며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최씨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지시를 내리는 구조로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낸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은 '피고인'만 아닐 뿐 사실상 범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이 문화와 스포츠재단 설립 전반을 기획하고 안 전 수석을 통해 재단 설립 전반을 챙겼고, 최씨에게 재단 운영과 인사 전반을 맡기고 지원하며 범행을 공모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정하고 한류 확산, 스포츠 인재 양성 등 문화 스포츠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되, 재단법인 재산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소속 회원 기업체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0일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그룹 회장들에게 연락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10대 그룹 중 7개사를 선정해 같은달 24일 예정된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회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직후 대통령이 단독 면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행사 당일 박 대통령은 이들 회장을 상대로 "문화 체육 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대통령은 단독 면담 직후 안 전 수석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안 전 수석은 전경련 이승철 상근부회장에게 재단 설립을 추진하라는 취지로 전달했다.

당시 최씨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재단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로 구성해 재단 인사와 운영을 장악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선택한 재단 명칭 '미르'를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1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며 이사장과 이사들의 명단을 직접 전했다.

앞서 최씨가 그해 9월 말부터 10월까지 재단에서 일할 직원들을 직접 선정하고 문화재단 명칭을 '미르'라고 정하고 조직표, 임원진 명단, 정관을 마련한 뒤였다.

K스포츠재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초 스포츠재단 관련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임직원을 선정한 뒤 자신이 임명한 이들에게 임직원 명단을 이메일로 보냈다.

같은 달 11일과 20일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최씨가 지정한 이들과 동일하게 "K스포츠재단 이사장 정모씨, 사무총장 김모씨, 감사 정모씨, 재무부장 이모씨 등을 임원진으로 하고 사무실은 강남부근으로 알아보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안 전 수석은 이를 따랐다.

결국 박 대통령의 대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모금 구상은 최씨의 재단 전반 운영과 인사 전횡을 동반한 채, 박 대통령의 지시와 안 전 수석의 실행으로 이어지며 구체화됐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대통령과 공모해 대통령의 직권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남용했다"며 "이에 두려움을 느낀 전경련 임직원, 기업체 대표 등 담당 임원들로 하여금 486(미르재단)억원과 288억원(K스포츠재단) 금원을 출연하도록 함으로써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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