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첫 촛불집회에는 2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었고 참가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5일 30만, 12일 100만, 19일 100만 명으로 시간이 가도 촛불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촛불은 갈수록 더 밝은 빛을 뿜어내는 모양새다.
이는 최근 박 대통령이 국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민심에 맞서고 있는데다, 여당도 촛불 집회를 인민재판으로 비하해 민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100만 촛불을 밝힌 시민들은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해 200만 촛불을 켜겠다고 벼르고 있다.
◇ 100만 촛불에도 '마이동풍' 박 대통령
전국 각지에서 촛불이 식지 않는 이유는 '100만 촛불'에도 박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해 분노한 민심이 더 끓고 있어서다.
검찰 수사를 미루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담화에서 "필요하면 검찰 수사도 받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 않고 있다. 검찰이 소환 통보를 여러차례 했지만,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 시기를 미루기만 했다.
그러면서 정·관계 인사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엘시티 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엄단을 지시하고, 외교부 제2차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까지 임명했다.
여기에 한일정보공유협정 가서명, 위안부할머니피해보상금 지급 강행, 국무회의 주재 재개 검토 등 정상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시민들 입장에선 박 대통령이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박으로 불리는 여당 내 인사들의 촛불 비하 발언들도 촛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목놓아 외치던 학원 강사 이모(38) 씨는 "지난 주에 오고 다음 주에 오려고 했는데 김 의원의 촛불 발언을 듣고 나니까 이번 주도 올 수밖에 없었다"며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홀로 촛불을 두 개나 들고 행진을 하던 주부 이순옥(56) 씨는 "그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 너네도 대충 끝날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촛불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국민과 야권의 대통령 퇴진 요구에 색깔론을 덧씌우며 인민재판으로 매도한 것도 한몫했다.
아들을 데리고 광장으로 나온 박모(47) 씨는 "백만 명이 촛불 시위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말하는 게 너무나 뻔뻔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시민들을 아직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시민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실히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열리는 5차 촛불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 집회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촛불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150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5차 서울 집회에서 최대 30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4차 촛불 집회에 참가한 김모(48·여) 씨는 "여태까지 국민들을 무시해온 것이 이렇게 다 드러난 것"이라며 "5차 때는 아이들, 동생들, 조카들 다 데리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환(48) 씨도 "더 이상은 국민이 (박 대통령의 버티기를)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5차 때는 국민 분노가 더 커질 것이어서 주변 사람들 독려해서 함께 참가해야죠"라고 웃어보였다.
대학생 우모(26) 씨는 "대통령이 약속도 지키지 않고 거짓말과 변명만 일관하고 있다"면서 "인구의 3.5%(170만 명)이 집회를 벌이면 정권이 바뀐다는데 200만명이 나서는 촛불 집회에도 대통령이 버틸 수 있는지 봐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지난주 100만 명 오늘도 100만 명 정도 참가했지만 박 대통령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대통령이 물러날 때 까지 계속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