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들의 가슴에 불을 댕기는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31일부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출신학교인 선화예중 및 청담고에 대해 실시한 특정감사 중간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최순실, 정유라 모녀가 저지른 학사 과정의 갑질은 상상 이상이었다. 고교때 무단 결석을 출석으로 처리한 날짜는 고교 3년 동안 최소 37일에 달했고, 특히 고3때 정씨가 실제로 학교에 등교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날은 17일에 지나지 않았다.
학교측은 정씨가 체육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줬고, 정씨는 2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에 부당처리된 성적을 바탕으로 교과우수상을 수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씨가 교사에게 금품을 제공하는가하면, 대회참가 규정을 준수하라는 교사를 수업중에 찾아가 폭언과 협박을 일삼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입시와 국가인재선발의 공정한 관리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유지케하는 대표적인 절차다. 특정인이 영향력을 행사해 교육 농단이 벌어진다면 국가에 대한 신뢰 자체가 한 순간에 무너지기 때문이다. 특히 학사관리상의 특혜와 입시비리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끼칠 교육적 해악은 심각하다. 최근 촛불집회에 중고등학생들의 참여가 유난히 많은 것도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유라 특혜의혹은 국가 시스템을 지탱하고 교육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 원칙에 입각해 엄정 처리해야 한다. 학교장 승인없이 대회에 무단 출전한 것과 비정상적인 출결관리, 학생부 허위기재 등은 졸업의 요건과도 직결되는 만큼 졸업 취소 조치가 마땅하다. 졸업이 취소된다면 이화여대 입학도 원인무효다.
나아가 교육 농단은 정유라 개인에 대한 사후조치로 해소될 일이 아니다. 특혜를 제공한 교사, 특혜의 댓가로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한 교수, 금품수수 연루자, 학교당국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과 불이익이 뒤따라야 한다.
특혜의 외압이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가 많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려면 부당한 유혹에는 '언젠가, 반드시'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