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공개한,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작성된 코레일의 주간공정 회의 문건 등을 살펴보면, "차륜 미삭정차량 조속한 시일 내에 차륜삭정 협조"라는 문구가 반복된다.
코레일 규정에 따르면 차륜, 즉 기차 바퀴가 철도에 닿는 면인 답면에서 깊이 1mm 이상인 홈이 발견되면 즉시 바퀴 면을 갈아내는 '삭정'이라는 정비작업을 거쳐야 한다.
즉 문제의 문건 내용이 반복됐다는 얘기는 삭정하지 않은 차량이 다수 존재하고, 이것이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는 뜻이라는 것이 철도노조의 주장이다.
그동안 철도노조 파업 이후 코레일이 KTX는 100% 정상운행하고 있다고 자신한 것을 고려해, 철도노조는 이제껏 바퀴에 흠이 있는 KTX 차량이 계속 운행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삭정 정비대상 결함이 확인된 KTX 차륜 3027건 중 21.6%인 655건은 정비가 즉각 이뤄지지 않은 채로 최대 53일이나 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으로부터 차륜윤활유에 불량제품을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고, 이후 2달여 동안 윤활유도 없이 KTX를 운행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평소 차량 수요가 낮은 평일을 이용해 곧바로 차량을 정비하는데도 차륜 불량이 만연했던 코레일의 만성 안전불감증에 더해, 파업 여파로 정비 인력이 부족한데도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KTX 100% 운행을 강행하면서 수리가 더욱 늦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 노조의 지적이다.
이처럼 차륜 관리는 사고로 이어져서, 실제로 지난 3월 경부선 신탄진 화물열차가 차륜이 파손되면서 탈선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철도노조 이종선 차량국장은 "파업 기간에도 시민들의 이목을 끄는 KTX를 100% 운용하기 위해 정비되지 않은 차도 내보낸 것"이라며 "시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만큼 당장 고장 난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그 실태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