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동호 ('백사장 프로젝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
◆ 김동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탈북민 돕기하고 백사장하고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데요.
◆ 김동호> 왜요? (웃음)
◇ 김현정> 무슨 의미입니까? (웃음)
◆ 김동호> 탈북자들이 와서 여기에 정착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조그마한 가게라도 이렇게 소사장 100명을 한번 만들면 탈북민들이 희망을 갖고 잘 정착할 것이고 또 그렇게 되면 이 다음에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 김현정> 그럼 여기서의 백사장은 해변가 모래사장이 아니라 100명의 사장, 백 사장?
◆ 김동호> 네. 탈북자 100명의 사장 한번 만들어보자. 돈키호테 같은 프로젝트죠.
◆ 김동호> 본점이 나왔어요. 그쪽이 1호점이죠.
◇ 김현정> 어떤 가게예요?
◆ 김동호> 일본식 라멘을하는 가게예요.
◇ 김현정> 라면 가게?
◆ 김동호> 라면하고 라멘이 다른가 봐요. 라멘이라고 해야 된데요. (웃음)
◇ 김현정> 그래요? 일본식 라멘이라고 해야 되는 거군요?
◆ 김동호> 네. 그러니까 그걸 프랜차이즈화 하는 거예요.
◆ 김동호> 밤낮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렇게 노래를 부르잖아요. 또 그리고 통일 대박이라는 말도 이야기했지만 그거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 때 되는 일이고요. 잘못하면 통일은 쪽박돼요.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요. 그런데 저희가 탈북자 사회를 결성한 건 한 7000명 들어왔을 때였는데 그들이 당연히 적응 못하잖아요.
◇ 김현정> 그렇겠죠.
◆ 김동호> 적응 못하고 다시 넘어가고 좌절하고 자살하고, 싸우고 그럴 때... 그 생각했어요. 7000명도 살 수 없는 나라라면 통일되면 두 나라 다 망하는 거 아닌가.
◇ 김현정> 아, 7000명이 들어와서도 그들도 자리 잡지 못하고 이탈해 나간다면 진짜 통일이 됐을 때 우리가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 김동호> 네, 그래서 그때 탈북자들이 살아야 통일된 조국이 살고 탈북자들이 살아야 내 아들, 내 손주들도 산다, 이제 그런 생각했어요.
◇ 김현정> 그런 생각? 그분들 만나보면 제일 힘들어하는 게 뭔가요?
◆ 김동호> 쉽게 말하면 내 땅인데 남의 땅이잖아요.
◇ 김현정> 그러네요.
◆ 김동호> 남한 사람들은 다 똑똑 해 보이고 뭔가 기득권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고 자기는 어떻게 비빌 언덕이 없어서 외롭고 그런 소외감 아닐까요?
◇ 김현정> 소외감. 그러니까 마음으로 가장 힘들고? 거기다가 경제적으로도 뭔가 취업이 되어야 안정적인 생활을 꾸릴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 김동호> 탈북, 특히 여성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데 없더라고요.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남들 다 기피하는 자리도 안 주더라고요.
◇ 김현정> 왜 안 줘요? 그 기피하는 자리조차도?
◆ 김동호> 탈북자를 기피하더라고요.
◇ 김현정> 못 믿는 거예요?
◆ 김동호>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이 결국 떠돌다가 보니까 마지막 세계는 티켓다방에 가는 게 취재됐어요. 그리고 실제로 티켓다방은 다 아시다시피 불법 성매매까지 하는 데잖아요. (한 탈북 여성분이) 북한에 딸이 둘 있는데 거기 송금한다고 그래서 티켓다방에서 돈을 벌어서 두 딸한테 보내는가 봐요. 그러면서 맨 마지막 한 말이 참 내가 마음 아팠는데요.
◇ 김현정> 뭐라고 하던가요?
◆ 김동호> 두 딸에게 부끄럽다고요.
◇ 김현정> 아이고...
◆ 김동호> 내가 가슴이 철렁했어요. 속으로 그랬어요. 네가 왜 부끄럽냐? 내가 부끄럽지. 우리 남한 사람들이 부끄럽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탈북민들 가운데 71%가 여성인데, 여성들 취업 말할 것도 없이 어렵고?
◆ 김동호> 말할 것도 없이.
◇ 김현정> 목사님이 마주친 많은 탈북민들 가운데 이 사연은 정말 특히 더 가슴 아프더라, 기억나는 사례 있으세요?
◆ 김동호> 뭐 다 그렇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탈북하는 과정에서 중국에서 가서 인신매매 당하기도 하고 시골에 팔려가서 그렇게 애낳고 살다가 탈출하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러고 와서 그나마 여기 와서 잘 살면 잊혀 질 수도 있을 텐데 여기서 또 당하니까요.
◆ 김동호> 좀 심했죠?
◇ 김현정> 아니, 목사님이 이런 글 올리신다는 게 이게 쉽지 않은 일이셨을 텐데 어떤 의미로 쓰신 거예요?
◆ 김동호> 너무 속상해서 그랬어요.
◇ 김현정> 너무 속상해서? 뭐가 그렇게 너무 속상하셨어요?
◆ 김동호>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빠져들었잖아요. 한 국가의 원수가 그리고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농단 당했잖아요.
◇ 김현정> 농단 당했죠.
◆ 김동호> 그렇죠. 국정이고 온 국민이 농단 당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데 그분이 혼이 비정상이다, 그런 언어를 쓰셨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저분이 혼이 비정상이다 생각이 들었죠.
◇ 김현정> 저분의 혼이 비정상이다? 난국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정신 못 차리겠습니다. 트라우마 심하고요. 너무나 우울하고요.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좀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요?
◆ 김동호> 그래도 우리는 괜찮지 않아요?
◇ 김현정> 네?
◆ 김동호> 정치는 좀 그런데 국민들 민도는 괜찮죠.
◇ 김현정> 아, 민도는 아주 괜찮습니다. 아주 괜찮아요.
◆ 김동호> 아주 괜찮아요. 광장에 100만이 모였다잖아요. 그런데 100만이 모이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 모여도 그 100만이라고 하는 집단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이 생겨요. 그렇게 되면 폭력적이고 문제가 생기고 그럴 수 되는데, 얼마나 평화적으로 이런 건 아마 세계에 없지않았나, 세계에 없는 게 아니라 역사에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 김현정> 100만이 모였는데?
◆ 김동호> 100만이 모이고 모인다는 자체가 민도를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그 100만이 어떻게 평화적일 수 있느냐는 거죠. 이게 그래서 나는 도리어 ‘우리나라 괜찮다. 이거 망하지 않겠다.’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국가의 원수, 이끄는 위정자들은 이상하지만 국민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니까 괜찮다?
◆ 김동호> 네. 그들도 잘하면 좋겠지만 그들이 잘해서 나라가 다 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못하는 게 속상하지만 그들 못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국민들이 있는데.
◇ 김현정> 굉장히 위로가 되네요, 목사님.
◆ 김동호> 어유, 나는 100만 명의 시위를 그렇게 한다고 하는 자체가 우리나라 세계적으로 괜찮다 싶었어요. 또 우리는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아.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 김현정> 괜찮다, 괜찮다. 위로의 말씀 가슴에 새기면서요. 하여튼 백사장 프로젝트도 잘 이끌어주시고요. 1호점 이제 시작이니까 100호점 나오는 날 다시 한 번 인터뷰하죠.
◆ 김동호> 아, 좋죠.
◇ 김현정> 고맙습니다, 목사님.
◆ 김동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탈북민을 돕는 백사장 프로젝트 이끌고 있습니다. 김동호 목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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