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 차관은 최순실 일가 등의 이권을 위해 산하 단체에 월권에 가까운 간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를 넘는 지시에 해당 단체장은 물론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속앓이를 해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김 차관은 상위 기관 실무 책임자로서 산하 단체에 대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주무 부서 차관의 권한을 넘어서고, 더군다나 국익이 아닌 특정 집단의 사익이 목적이라는 의혹이 짙게 제기된 점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김 차관의 영향권에 있던 단체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대한체육회다. 사상 첫 동계올림픽 개최와 한국 체육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책임질 단체가 그동안 김 차관의 압력에 휘둘렸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종, 조직위원장 빼고 업무 지시 월권"
문체부가 평창올림픽 조직위 업무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은 그동안 관계자들의 폭로성 증언을 통해 적잖게 드러났다. 위원장 이하 조직위 실무자들의 전문적인 검토와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 지시였다.
개·폐회식장 등 평창올림픽 시설 공사 입찰에 최순실 씨가 소유한 회사 '더블루K'와 업무 제휴를 맺은 해외 업체 누슬리를 밀었던 게 대표적이다. 물론 다행히 수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입찰 요건을 채우지 못한 누슬리에 문체부가 특혜를 준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미 사업자가 선정됐음에도 문체부가 뒤늦게 누슬리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특히 김 차관은 직접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업무 지시를 수 차례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엄연히 조직위원장이 있음에도 이를 거치지 않고 마치 자신의 휘하인 것처럼 조직위를 부렸다는 것이다.
당시 조직위원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은 지난 5월 평창올림픽 개최가 2년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사퇴했다. 당시는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조 회장이 누슬리의 응찰을 반대하는 등 문체부 지시에 호락호락하게 따르지 않아 경질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차관이 껄끄러운 당시 조 위원장을 배제한 채 조직위 업무에 개입한 셈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김 차관이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면서 조 위원장이 당시 많이 힘들어 했다"고 귀띔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김 차관도 지난달 30일 자신사퇴했다.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제대로 업무 못 해"
대한체육회도 김 차관의 도를 넘은 개입이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체육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 엘리트 체육을 비리의 온상으로 몰아 압박하는 과정에서 김 차관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다.
문체부는 지난 2013년 9월 김 차관의 취임과 함께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속에 승부조작과 폭력, 입시비리, 조직사유화 등을 뿌리뽑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적잖은 체육회 가맹단체들이 문체부 감사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문체부는 엘리트와 생활 체육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4대악 척결과 체육 통합의 취지 자체에는 사실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순실 일가가 엄청난 혜택을 누렸다는 게 문제였다. 4대악 척결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국가대표 발탁과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명문대 입학을 위한 방편이 됐고, 체육계 통합은 최 씨 소유의 K스포츠재단의 수백억 원대 사업의 발판이 된 것이다.
김정행 회장은 지난 2013년 체육회 수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생활 체육과 통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엘리트 체육인들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았다. 예산 규모 면에서 엘리트 체육에 불리한 통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통합된 대한체육회는 김 회장과 함께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이 공동 회장을 맡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이 모든 과정에서 김 차관의 도를 넘는 권한 행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단에 대한 훈련비 지원을 체육회가 아닌 문체부가 맡게 되면서 엘리트 체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정상적인 통합이 아닌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 체육의 앞날이 불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