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조사 내용은…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등 거론

대기업 모금 '부정청탁·대가성' 확인시 제3자 뇌물 법리도 가능성조사 이후 혐의 없음·공소권 없음·시한부 기소중지 등 벌써 거론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의 국정농단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15∼16일께 직접 조사하기로 해 검찰이 어떤 내용을 조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최씨의 비위를 묵인했거나 도움을 주도록 지시했거나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적용 법리를 검토하게 된다. 최씨의 공범 혹은 별도 혐의가 있을지는 조사 내용에 달려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84조에 따라 내란·외환의 죄가 아니면 재임 기간 중 불소추 특권이 있다. 혐의가 발견된다 해도 '이론상의 피의자'이지만, 박 대통령이 받는 정치적 부담감은 한층 커진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내용은 초미의 관심사다.

◇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부정한 청탁·대가성' 여부가 관건

13일 검찰 안팎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우선 확인할 사안은 최씨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에 관여했는지다.

두 재단에는 53개 대기업이 총 774억원을 단기간에 출연했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을 통해 기업들을 압박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최씨와 공모해 범행했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구속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구속 전부터 "최씨를 모른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자신은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해 대기업 상대 모금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진술에 따르면 결국 강제 모금이 이뤄진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씨의 의견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한 게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는 박 대통령이 최씨, 안 전 수석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 공범이 성립 가능하다는 견해로 이어진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면담하며 출연을 요청한 경위 역시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일 대기업 총수 17명과 청와대 간담회를 하고 이튿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7명과 각각 만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 지원을 주문한 정황을 포착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재단 출연의 반대급부로 기업에 어떠한 특혜 제공을 약속했다면 뇌물 법리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기업 측은 '제3자 뇌물'의 공여 혐의에, 박 대통령은 수수 혐의에 연관될 수 있다.

일각에선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적용된 '포괄적 뇌물죄'도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 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 최순실에 넘어간 연설문…공무상 비밀누설 검토

또 다른 핵심 의혹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대외비 자료를 어떤 경위로 자신의 태블릿PC로 전달받았는지다. 최씨는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최씨가 태블릿PC를 사용한 흔적을 확인했다.

최씨에게 대외비 자료를 넘긴 것으로 지목된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최씨에게 문건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최씨에게)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의혹을 일부 시인했다.

결국, 최씨에게 대외비 자료가 넘어가게 된 배경에 박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태블릿PC에서 나온 기밀이 군사상 기밀에 해당할 경우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외교상 기밀일 경우 '외교상기밀누설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 위반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검찰이 태블릿PC에 담긴 문서 50여건을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한 결과, 한두 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미완성본이거나 청와대 내부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은 문서로 알려졌다.

완성되지 않은 청와대 문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문서로 보기 힘들어 현재의 판례상 이 법이 박 대통령에게 적용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씨가 청와대 행정관의 차를 타고 청와대에 검문·검색·등록 없이 수시로 출입했다는 의혹 역시 박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지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을 고발한 참여연대는 '프리 패스' 출입이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일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조사 결과 처리 방향도 관심거리다.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연관성이 드러나더라도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일각에선 일부 혐의점이 확인된다면 '시한부 기소중지' 같은 형태도 가능하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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