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찬성'이라던 교총…'어정쩡한 반대' 선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기존의 '적극 찬성' 입장에서 사실상 '조건부 반대'로 선회했다.

교총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대의원회를 열어 10개 항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교총은 결의문을 통해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미화,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제작될 경우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뿌리가 1919년 3월1일 독립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음이 헌법 정신"이라는 것.

교총은 또 "최순실씨의 자녀 특혜 의혹은 과연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인가를 의심케 한다"며 "아이들에게 교실밖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한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철저한 검찰 수사와 교육부 감사를 촉구했다.

일각에선 교총의 이번 결의문을 두고 '100만 촛불' 여론을 의식해 입장을 잠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교총은 초중고 교사 등 회원 16만여 명을 둔 국내 최대 규모의 교원 직능단체이지만, 현안마다 친정부적·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 정부의 국정화 강행을 놓고 반대 여론이 뜨거웠던 시점에도 "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교육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 한다"며 적극 찬성 입장을 피력, 교사들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에 지난 6월 취임한 하윤수 회장은 "조건부 찬성이라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되, 교육부가 올 하반기 제시할 교과서 가이드라인을 검토해 과도하게 친일적으로 기술된 부분이 있다면 회원 의견을 모아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총이 이날 대의원회에서 채택한 결의문도 '여론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제작될 경우'란 단서를 내걸고 있어, 국정화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여론과는 맥을 달리한다. "오는 28일 현장검토본이 공개되면 내용을 보고 판단해달라"는 교육부의 논리와 맞닿아있어서다.

이러한 논리는 국정교과서의 '내용' 뿐 아니라 '절차'와 '방식' 역시 문제삼는 교육계 및 역사학계의 일반적 인식과 동떨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5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하면서도 '건국절'이란 표현은 쓰지 않기로 해, 교총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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