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민주당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주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에는 3만여 명의 당원과 90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국민의당,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정권 퇴진' 요구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날 첫 대규모 장외투쟁에서는 정권 퇴진 요구가 참석자들 사이에서 줄을 이었다.
◇ 야권, 박 대통령 압박 수위 한껏 고조
추미애 대표도 "박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다면 전면적으로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퇴진이 당론인 국민의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역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당원보고대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직접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를 선창했다.
야권은 폭발적인 촛불민심이 분명하게 확인된 만큼 박 대통령 압박 수위를 한껏 고조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박 대통령이 외교와 군통수권을 포함해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거듭 요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역시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영수회담을 통한 총리 합의 추대, '우병우·최순실 사단' 척결,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가 사태 수습 선결 요건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에서 '박 대통령 탄핵' 주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 "민심이 박 대통령 탄핵 요구"
그동안 야권은 탄핵 추진이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고, 여야 의석 분포를 고려할 때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인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 찬성'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 추진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민심을 거스른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달리 이번에는 오히려 민심이 탄핵을 요구한다는 점에 야권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특정 정치 세력이 탄핵안을 부결시킨다면 그 세력은 소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00만 촛불민심이 폭발한 12일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끝내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할 때 제도적으로 퇴진을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탄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이날 당 주최 규탄대회에서 "대통령이 이도 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당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이 주장하는 박 대통령 퇴진은 하야와 탄핵 가능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촛불민심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여론을 수용하는 방식에선 계파 간 차이를 보였다.
◇ 비박계, 대통령 탈당 요구하나?
친박계 지도부는 이날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정현 대표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염동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거리에서 대통령 하야 압박을 키워가는 것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정국에서 국민 불안과 혼란만 가중하는 것”이라며 야권을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으로서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퇴진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 상태다.
반면 비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성난 민심을 반영해 지도부 퇴진 주장을 강화할 태세다. 13일 국회에서 예정된 비상시국회의에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대권 주자들과 원희룡 제주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등 당 소속 시도지사들이 참석해 지도부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12일 촛불집회에는 여당 비주류 소장파 의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시국회의에서 현장의 민심 동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 주장이 박 대통령 탈당 요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당 지도부도 13일 최고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계파 간 내홍 기류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일각에선 지도부 퇴진에 앞서 박 대통령이 '탈당' 결단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