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는 슈퍼맨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영화 ‘순종’ 제작진이 밝힌 오지 선교사들의 삶과 애환


■ 방송 : CBS TV (CBS주말교계뉴스, 11월 11일(금) 밤 9시50분)
■ 진행 : 조혜진 앵커
■ 대담 : 김동민 PD, 이주훈 PD (영화 ‘순종’ 제작)

◇ 조혜진 > 평신도로서 이름도 빛도 없이 오지에서 헌신하는 선교사들이 우리 주변엔 많이 있습니다. CBS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순종'을 제작해 오는 17일 전국 상영관에 선보이는데요.

오늘은 영화를 만든 두 명의 피디와 함께 영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동민 피디와 이주훈 피디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김동민, 이주훈 > 안녕하세요?

◇ 조혜진 > 먼저 이 영화 ‘순종’이 어떤 내용인지 김동민 PD가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 김동민 > 네. 영화 순종은 우간다와 레바논에 계신 선교사님들 이야기입니다. 우간다에는 김은혜, 한성국 부부 선교사가 계신데요. 이분들은 김은혜 선교사님의 아버님 고 김종성 목사님이 우간다의 오지마을인 딩기디 마을에 오셔서 사역을 하시다가 2009년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이분은 굉장히 뭐랄까. 선교와 구제에만 신경을 쓰신 나머지 정작 자기 가족들은 가난에 방치한 그런 좀 무책임한 가장이었죠. 그래서 이 딸과 가족들은 아버지를 원망하고 그런 삶을 살고 있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떤 일인지 김은혜 선교사는 온 가족과 함께 우간다로 온 거죠.

그래서 아버지 사역을 이어 받으면서 아버지가 과연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을 다시 되짚어 가면서, 아버지가 사랑하셨던 사람들과의 삶 속에서 그 사랑이 또한 자기를 향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와 화해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고요.

레바논은 이제 김영화 선교사님이 나오시는데, 이 분은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시던 분이었어요. 항상 이제 중동선교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계시다가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넘어가 있는 레바논으로 오신 거죠. 난민촌에서 난민들과 함께 울고 웃고 생활하시는 그런 삶들이 펼쳐지는 선교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 조혜진 > 저도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굉장히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영화 제작 기간만 무려 1년 6개월, 그럼 촬영을 하시면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 이주훈 >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국경하고 근처에 있다 보니까 주변에서 폭격 소리라든지, 총소리라든지 그러니까 내전이 계속 진행이 되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좀 듣기는 했었으나 그런 상황들에 대해서, 실제 현장에서 느꼈던 것은 훨씬 더 공포스러웠고.

하지만 더 심각했던 것은 레바논 정부가 사실 난민들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지 않다보니까 불법적으로 난민들이 레바논에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어요. 약 백만 명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에 IS 첩자들도 껴서 난민촌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선교사님도 그렇고 저희들도 그렇고 IS 첩자들한테 저희들이 많이 노출이 되거나 문제가 되면 사안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제작진은 그렇다고 촬영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최대한 조심조심하면서 촬영을 했지만 어쨌든 저희가 있는 기간 동안에는 너무너무 그런 부분이 좀 위험했어요.

◇ 조혜진 > 아, 굉장히 위험을 감수하고 촬영을 했군요. 저는 그 영화에 보면 막 그 국경을 넘어 온 여성들이 공포에 질려있는, 공포에 떨고 있는 눈을 클로즈업 해서 보여주잖아요. 그 장면이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그 공포감이 같이 느껴지는 것 같았거든요.

◆ 이주훈 > 그렇죠. 저희가 매일 하루에 수백 명씩 그 쪽을 통해서 넘어오다 보니까 사실 저희가 난민촌에서 이렇게 다른 가정들을 방문을 하다가 우연찮게 그 가정을 만났어요. 그런데 만났을 때 슬리퍼도 신지 않고 있었고, 구멍이 난 양말에 한국전쟁 당시의 피난민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가족이 한 열 명 정도를 만났는데, 제가 직접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서는 제작진도 그렇고 감독들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이 숨죽여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도 끔찍했던 이야기들이 많았고. 그들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많이 어려웠겠죠. 그런 IS를 피해서 넘어왔던 난민들이 사실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너무너무 많은 거예요. 저희는 특별하다고 찍었지만 알고 봤더니 그런 가정들이 너무너무 많았고, 너무너무 공포스러운 그 아이의 모습이나 어머니의 이야기는 사실 지금도 저희들이 잊혀 지지 않은 부분 중에 하나예요.

◇ 조혜진 > 그렇네요. 김동민 PD도 여러 에피소드들, 또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어요?

◆ 김동민 > 네, 우간다는 항상 40도를 넘는 폭염이 지배하는 나라죠. 그래서 저희도 심한 설사와 복통이 한 번 걸렸었어요. 스텝들 전체가. 그래서 같이 사이좋게 손잡고 병원에 갔다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제 장염에 걸렸었는데 우리 카메라 감독 중에 한 명이 장티푸스 진단을 받았어요.

장티푸스는 우리나라에서 법정 전염병이고 사라진 병이기 때문에 과연 우리가 인천 공항에서 입국할 때 단체로 격리 되는 것 아닌가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그 장티푸스 진단을 받은 카메라 감독은 우리와 격리를 시켰죠.

우리 카메라 감독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하루에 길게는 열다섯 시간 정도 까지 촬영을 진행을 했기 때문에 이 분들이 귀국을 하고 나서 나중에 손목하고 팔목에 건초염이 왔어요. 그래서 병가를 내면서 한 달 정도씩 회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던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 조혜진 >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 촬영을 해주셔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 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제작하면서도 짠하고 가슴이 뭉클했을 때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 이주훈 > 예, 좀 여러 차례가 있었어요, 사실. 그런데 워낙 그 쪽 지역이 위험한 지역이고 한국인 선교사님이 한 분밖에 안 들어와 있는 지역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외지에 있는 다른 나라들도 특히 자할리 지역에 있는 그 쪽 지역이 위험한 지역이다 보니까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 그런 지역인데.

선교사님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 위험 지역에서 어린 자녀들과 가족들이 함께 그 난민들을 섬기면서 있는 모습 자체가 사실 정말 감동이자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무슬림들이 많이 포진해 있고, IS 첩자들도 주변에 있는 상황에서 자칫 한국인 선교사가 그들의 타겟이 될 수 있는 좀 좋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이곳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서 제가 한 번 질문을 드렸어요.

그런데 선교사님께서 30분 동안 대답을 못하시는 거예요. 본인만 들어와 있으면, 본인만 어떻게 되면 상관이 없지만 가족들이 다 같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선교사님이 이제 눈물을 흘리시면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나는 괜찮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어떻게 되더라도 내가 이곳에 들어온 것은 그 분의 뜻이고, 그 분의 부르심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들어왔던 것이고, 그 안에서 내가 이들과 사랑하면서 좋은 가족, 한 명이 있더라도 그들과 가족이 될 수 있으면 더 큰 게 없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얘기하시는데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들도 많이 울었고 그런 부분들이 좀 있었습니다.

◇ 조혜진 > 선교사님의 삶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감동을 받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선교사님들을 다룬 영화가 많았는데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김동민 > 지금까지 선교사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많이 나왔었죠. 대부분은 어떤 선교사님들을 천상에 있는 존재,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그리고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라는 그런 식으로 많이 묘사가 됐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사역을 많이 보여주고.

그런데 저희는 처음부터 우리와 똑같은 어떤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과 또 좌절과 그 가운데 다시 일어서는 여러 가지 인간적인 모습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사실은 그런 것들이 드러나야 우리와 똑같은 한 사람이 저런 곳에 가서 순종을 하고 있는 그 모습 자체가 결국 자기를 되돌아보는 거지, 나와는 다른 사람이니까 하나의 영웅이니까 라고 생각하면 우리 마음은 편안해지겠죠.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랬을 때 관객들이 그 이야기를 그냥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 속에 한 번 얹어놓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시작을 했습니다.

◇ 조혜진 > 제가 영화를 제대로 보긴 본 것 같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선교사님들의 삶이 제게 감동을 줬던 게 정말 그 어렵고 힘든 사람들 옆에서 같이 울고 웃는 것만으로도 그게 정말 진정한 선교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또 제 삶도 돌아보게 했던 것 같고요.

네, 이 영화 만드느라 수고하신 김동민 PD, 이주훈 PD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이 영화를 통해서 한국교회가 다시 신뢰를 얻고요. 많은 성도님들이 감동을 받았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가져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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