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표 더 받고도 떨어지는 美 대선제도, 바뀔까?

선거인단이 일반투표 결과 반영해 투표하는 방안 추진

뉴욕 트럼프 타워 앞 항의시위. 네온글씨는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는 뜻(사진=유튜브캡처)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후보가 '일반 투표(popular vote)'에선 도널드 트럼프 후보 보다 20만 표 이상을 더 받고도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고배를 마시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9일(현지 시간)부터 이틀째 선거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에서는 각 주별로 치러지는 일반 투표에서 한 표라도 앞선 후보가 해당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독식하게 돼 있다. 지난 8일 치러진 미국의 선거는 그러니까 선거인단을 뽑는 '일반 투표'였다. 이어 이 선거인단이 형식적인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다. 선거인들은 각각 정당에 소속돼 있고 사전에 자기당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서약을 하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히는 일은 역사상 벌어지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일반 투표의 결과와 선거인단 확보 결과가 불일치하는 상황이 이번처럼 가끔 발생한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일반 투표를 합산해보면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보다 22만표 이상 앞섰다. 그러나 플로리다와 같은 경합 지역에서 대부분 트럼프 후보에게 패하면서 결국 선거인단 확보 결과에서 뒤졌다. 2000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엘 고어 후보는 일반투표에서 앞섰지만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266:271로 선거인단 확보에서 밀려 패배했다. AP통신은 미국 선거 역사상 일반투표의 결과와 선거인단 확보 결과가 이처럼 일치하지 않은 상황이 4번 있었다고 전했다.

왜 이런 선거제도를 미국은 택하고 있을까?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의 개념은 1787년 미국의 헌법 제정 회의(Constitutional Convention)에서 고안됐다. 이는 대통령 선출방식과 관련해 일반 투표를 선호하는 쪽과 간접 투표를 선호하는 쪽을 절충한 안이었다고 한다. 당시 정치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이 방식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뛰어나다"고 썼다고 AP는 전했다.

미국 선거관리 위원회의 백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는 13개 주만이 존재했고 건국에 나선 지도자들은 한 주가 우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우려했다. 작은 주들은 인구가 많은 주들에 휘둘리는 일을 걱정했다. 투표권 없는 노예를 소유하고 있던 남부의 주들은 북부의 주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낼까봐 우려했다. 한 주의 주민들이 다른 주에서 나온 후보를 잘 알수 없는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전국적 선거에 대한 지원도 벅찼다. 그래서 후보들이 일반 투표만 이기기 보다는 여러 주에서 이긴다면 더 폭넒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대통령이 아냐'라는 구호를 쓴 시위자(사진=CNN 캡처)
그동안 미국의 선거제도는 개선돼 오긴 했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각 주에서 뽑힌 538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다. 각주는 상하원 의원 수만큼의 선거인단을 가지며 컬럼비아 특별구(District of Columbia, 워싱턴시와 같은 지역으로 연방 의회 직할의 특별행정구역)는 3명의 선거인단을 갖는다.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위해선 이 선거인단의 과반수, 즉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한다.

선거제도가 확립된 뒤 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선거인단의 원래 존재 이유는 퇴색됐다. 미국은 이제 전국적 선거를 잘 치르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는다. 하지만 선거가 일반 투표에만 의존할 경우 작은 주와 지방이 무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장점이 아직 있다는 것이다.

반면 1967년 미국 변호사 협회 산하의 한 위원회는 선거인단 제도가 구식이고 민주적이지 않으며 복잡, 모호, 위험하다면서 폐기할 것을 권고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선거인단 제도는 대통령 후보들이 열개 남짓한 경합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됨으로써 많은 지역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건 끔찍한 제돕니다"라고 선거인단 제도를 주제로 책을 쓴 텍사스 에이 앤 엠 대학의 조지 에드워드 3세 교수는 AP에 말했다. 주요 후보들이 들리는 유세지역을 추적해본 그는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나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 같은 큰 주들이 지금은 오히려 무시되고 있으며 전체 선거인단 확보에 관건이 되는 작은 주들은 대체로 과다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그러나 공화당원들이 최근 이 체제로부터 이익을 얻었고 현재 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현 대통령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거인단을 없애지 않고도 '승자 독식(winner-take-all)'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국 일반 투표(National Popular Vote)'라는 단체가 미국 각 주의 선거인들이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전국 일반 투표의 승자에게 투표하도록 하는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11개 주가 이런 법안을 승인했다. 이 단체의 존 코자 대표는 트럼프와 클린턴 후보가 모두 선거체제에 결함이 있다고 말한 점을 지적하면서 제도가 개선될 희망이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12개 주의 대통령 선거유세 대신 50개 미국 전체 주의 선거유세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A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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