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통상적으로 각 진료과목 자문의들을 총괄하는 대통령 주치의가 일주일에 한 번 대통령을 진료하는 점을 감안할 때, 가정의 전문의인 김 씨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주치의' 노릇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대통령 자문의로 청와대까지 들어간 것은 이번 정권이 처음이다.
◇ "만성피로 호소, 일주일에 한 번은 청와대 간다"…"세월호 이후 많이 힘들어해"
10일 차병원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차움의원을 찾았고, 그때 (차움) 개원부터 있었던 김 씨에게 진료를 받았다"면서 "김 씨는 박 대통령 당선 뒤 자문의로 위촉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박 대통령 자문의가 된 뒤 일주일에 한 번은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병원 관계자들에게 말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시스템상 자문의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간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순실 씨의 박 대통령 '대리처방' 논란으로 현재 노출을 꺼려하는 김 씨가, 전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달에 한 번, 부를 때만 간다"는 부분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김씨 측도 "가정의 자문의가 박 대통령을 자주 본다"는 의혹에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이 부를 때마다 (김 씨가) 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워낙 만성피로 분야에서 유명한 가정의학 전문의인 만큼 "박 대통령이 자주 찾을 때가 있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또 "만성피로가 한 달에 한 번 영양 주사 맞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이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박 대통령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주치의는 통상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 건강을 체크한다. 대통령 주치의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의사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지닌다. 또한 청와대 비상근직으로 차관급 예우를 받고 있다.
주치의 대신 대통령 곁에서 24시간 대기하며 대통령의 건강을 체크하는 일은 경호실 소속 청와대 의무실장이 맡고 있다. 의무실장은 대부분 현역 군인이다. 대통령이나 가족들이 아플 때는 청와대 인근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자문의는 내과, 외과부터 정형외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까지 등 각 진료 과목별 전문의들로 구성된다. 자문의 역시 명예직이다. 자문의 시스템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관리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주치의였던 최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주치의는 일주일에 한번은 꼭 청와대에 들어가야하지만 자문의는 (대통령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그 진료 과목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치의가 데리고 간다"고 말했다.
특정 진료과 자문의의 경우, 대통령이 아주 위급하지 않는 이상, 매주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자문의가 들어가려면 주치의가 반드시 동행해야하는데 최 교수가 대통령 주치의로 있을 당시 "그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대통령 자문의로 들어간 것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가정의학과는 감기나 두드러기, 예방접종, 금연이나 비만관리 등 두루 보편적인 일차의료나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 관리 등에 중점을 둔다. 또 그만큼 내과나 피부과, 성형외과 등 특화된 진료과목과 결국 겹치는 부분이 많아 지금까진 자문의를 굳이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차병원과 김씨 측 모두 최순실 씨와의 커넥션 논란은 일축했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을 소개한 게 아니라 최 씨는 그저 (차움)의원이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이라 가까워서 온 거고, 박 대통령은 만성피로 때문에 이 분야에 유명하다는 병원을 따로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김 씨 측은 "한 분야에서 이른바 '명의'라고 하면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지 않냐"면서 "범위가 좁아진 것일뿐"이라며 최 씨와 엮이는 것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