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전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다.
최북의 '관수삼매'(맨 위 작품)에서 가부좌한 스님이 물가를 바라본다. 관수삼매는 물을 보며 삼매에 든다는 뜻이다. 물의 흐름은 자연의 본질을 드러낸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지점의 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내가 지금 봤던 물은 이미 흘러가고 없다. 다시 그 자리에 새로운 물이 채워진다. 시간도 이와 같다. 현재의 시간은 금세 과거의 시간이 되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현재를 향해 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한 지점의 물은 현재이자 과거와 미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백남준의 1974년(2002)년 작품 'TV부처'(맨 위 작품)는 부처가 TV에 비춘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관객이 TV 속 부처를 보려고 하면 오히려 관객 본인이 나온다. 누군가 자신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응시하고 집중할 때 깨달음이 온다는 뜻을 담고 있을 것이다. 또한 성불한 부처도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만 그 깨달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늘 깨어 있는 마음! 최북과 백남준, 두 대가의 손에 의해 이미지로 표현되어 관객은 한층 더 쉽게 그 심오한 경지를 음미해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달을 많이 그렸다. 오원 장승업의 '오동폐월' 역시 그 중 하나이다. 보름달이 뜬 깊은 밤에 국화가 달빛을 받아 노란 빛을 더한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오동 잎에 다가올 겨울이 두려운 것일까? 이 국화꽃이야말로 이 해 핀 마지막 꽃이라는 것을 알아서일까? 보름달 뜬 밤에 개는 고개를 돌려 국화꽃을 바라본다. 오원이 자신의 심정을 지나가는 한 마리 개에게 의탁했는지도 모른다. 시적 정취가 아름답다. 이 두 대가들은 달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이 과거의 일이나 현재의 일 같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백남준의 '코끼리 마차'는 인간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과거에 정보를 교환하려면 편지를 주고 받거나 직접 먼 거리를 이동해 만나는 수밖에 없었다. 먼 옛날부터 이동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코끼리다. 코끼리는 상서롭기도 하다. 그 위에 노란 우산을 받치고 행차하는 부처님의 모습이 해학적이다. 부처님은 마차에 TV를 가득 싣고 있다. 정보는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이제 모든 사람이 TV를 통해 쉽게 정보를 공유한다. 매스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는 이상향을 표현했다.
이 두 작품을 통해서 심사정은 모든 순간에 정성을 다 하는 진지한 자세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고 말하는 것 같으며, 백남준은 기술이 인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이끌 것이라 믿는 것 같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가상 현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VR 미디어를 활용한 작업, '보화각'이 소개된다. ‘보화각(葆華閣)’은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보화각은 간송미술관의 옛 이름이다. 구범석 작가의 '보화각'은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이 보화각이라는 실재하지만 가볼 수 없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도록 기획되었다. VR안경을 쓰면 보화각 2층 전시관의 갈색 진열장과 햇빛에 빛나는 먼지의 결까지 보일 정도로 생생하다. 청자가 눈 앞에 등장하더니 청자 속 학들이 날아오르는가 하면 분청사기의 꽃잎들이 흩날린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도 28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1950년대 독일 플럭서스 활동기의 자료들로부터 1960년대의 기념비적 퍼포먼스 영상인 '머리를 위한 선', 1970년대의 대표작인 'TV 첼로' 등이 나온다. 백남준의 영상 작품 중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47분 37초), '바이 바이 키플링'(1986, 30분 47초), '손에 손잡고"(1988, 41분 46초), '호랑이는 살아있다'(1999,45분 21초) 등은 꼭 시간을 내어 하나 하나 음미해보고 싶다.
전시 기간: 11.9~2017.2.5
전시 장소: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참여 작가: 김명국, 심사정, 최북, 장승업, 백남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