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필요하다면 대기업 총수들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줄소환을 예고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오후 2시부터 현대자동차 부사장 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를 상대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기금 출연을 요청한 경위와 기금을 납부한 과정 등을 확인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28억 원을 출연했다.
이날 오전에는 검찰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대한승마협회, 한국마사회 등 9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승마협회 업무 추진 내역과 지원비 집행 실적 등 각종 문서, 개인 다이어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인 최씨에게 사업상 모종의 혜택을 기대하고 사실상의 대가성 자금을 건넨 게 아닌지, 드러난 것 외에 이면 지원이 또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검찰은 최씨 등이 재단 설립과 관련해 돈을 낼 의무가 없는 기업에 돈을 내도록 강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넘어간 돈이 뇌물죄 구성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를 놓고 '최순실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고, 검찰은 "최순실 씨와 관련 추가 수사를 통해 뇌물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하겠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3자뇌물죄는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건넸을 때 적용된다. 예를 들면 기업 입장이 세무 편의 청탁 또는 사업상 혜택, 수사·재판 관련 편의, 기업 총수의 사면·복권 등을 기대하고 돈을 제공하거나 출연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대가성이 인정돼야 뇌물죄를 씌울 수 있다.
현재 정황을 살펴보면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면·수사·세무조사·경영권 승계 등에 당면한 기업들은 민감한 시기에, 심지어 일부 기업은 적자 상황에서도 거액의 출연금을 두 재단에 내놓으면서 '뒷거래'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낳고 있어서다.
특히 CBS노컷뉴스 보도([단독] 안종범, 부영 회장과 '80억-세무조사' 뒷거래)로 드러난 부영의 '세무조사 편의 청탁 정황'은 '대가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건설회사 부영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70~80억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고, 사실상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뇌물죄는 성립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근 청와대의 오너 등 경영진에 대한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가 터져나온 CJ그룹의 출연 시기도 당시 이재현 회장 재판 시기와 맞물리면서 '대가성' 의심을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출연 제안을 받은 롯데도 70억원을 더 냈다가 돌려받았는데 해당 시점이 검찰의 압수수색 본격 착수 직전이어서 의심을 사고 있다. 재단 측이 기업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려'했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뒤탈을 우려해 얼른 돌려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소환된 기업 관계자들은 '강제 모금의 피해자'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가성이 있다면 기업도 처벌받을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 수사를 위해 별도 수사팀도 꾸리고 재단 출연금을 낸 기업의 총수도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조사 방법과 시기 등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기업마다 모두 같은 구조가 아니다. 의혹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출연금 배경도 전수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기업들이) 사실에 부합하지 얘기를 하지 않을 경우 총수들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