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심기 건드린 'SNL 코리아'+'광해' 뜯어보기

tvN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 (사진=방송 캡처)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출범 첫 해,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 이유로 꼽히는 CJ E&M 콘텐츠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청와대의 눈총을 받게 된 계기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tvN의 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는 첫 시즌인 지난 2012년, 날카로우면서도 시원한 정치 풍자로 인기를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후로 방송된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서는 각 캐릭터에 유명 정치인들을 대입시켰다. 출연자들은 텔레토비 정치인으로 분해, 때로는 그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풍자하기도 하고, 굵직한 정치계 이슈를 다루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캐릭터 '또' 역할을 맡은 배우 김슬기는 실감나는 표정 연기와 욕설로 이름을 떨치며 '국민 욕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측은 이를 두고 "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가에서는 이 부회장이 주도해왔던 콘텐츠 중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을 강도 높게 풍자했기 때문에 청와대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같은 해,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민초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가짜 광해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CJ E&M은 '광해'의 기획·투자·배급, 즉 제작을 제외한 거의 모든 단계에 참여했다.

'광해'는 광해군 8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지 않은 15일을 허구적 상상력으로 채워넣은 영화다.

암살위협을 느낀 광해군(이병헌 분)은 허균(류승룡 분)에게 자신과 닮은 인물을 찾아 오라고 명령한다. 허균은 왕을 조룡하는 역을 맡은 광대 하선(이병헌 분)을 데려오고, 하선은 허균의 도움을 받아 왕의 대역을 맡게 된다.

주목할 것은 '광해'가 된 하선이 시행한 정책들이다. 왕의 역할을 하게 된 하선은 민초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대동법과 실리외교를 펼쳐 부조리를 타개하고자 한다. 인간적이면서도 백성들과 소통하는 왕이 된 것이다.

특히 서민 중심인 하선의 정치철학이 언제나 '사람이 먼저'라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성군과 폭군 사이에 있는 지도자 '광해'를 1인 2역으로 풀어낸 점이 관객들에게 통했다. 결국 '광해'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한국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8위에 올랐다. 그 해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도 작품성을 인정 받아 역대 최다인 15개 부문을 차지했다.

작품성이나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심기를 거슬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이들 콘텐츠에 국민들은 열광하고 환호했다. 현실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치권과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과 시선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퇴진을 재촉한 'VIP'에게는 그저 불편한 목소리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 또한 국민들이 보내 온 '시그널'이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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