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1차전에서는 홍정호(장쑤 쑤닝), 김기희(상하이 선화)가 호흡을 맞췄고, 시리아와 2차전에서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광저우 R&F)가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카타르와 3차전은 홍정호, 김기희가 출전했고, 이란과 4차전에서는 김기희, 곽태휘(서울)가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이란전 곽태휘를 제외하면 중앙 수비수는 전원 중국파였다.
한국은 4경기에서 5실점했다. 측면 수비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지만, 중앙 수비도 불안했다. 카타르전에서는 홍정호가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 경고 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했다. 다른 중국파 수비수들도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압도적이지 않았다.
당연히 논란이 발생했다.
홍정호는 "중국에 있다고 해서 축구 폼이나 몸 상태를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수 역시 "중국 리그에 간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파 수비수들에 대해 신뢰를 보냈다. 11월15일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중앙 수비수는 홍정호, 김기희, 곽태휘로 꾸렸다. 장현수가 중앙으로 옮기면 3명이 중국파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것은 사명감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리그나 중동 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큰 연봉을 받으면서 국가대표로서 사명감이 떨어지고, 수준도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논란도 잘 안다"면서 "내가 본 결과 그 선수들이 단 한 번도 대표팀을 위한 사명감이 없었거나, 희생하는 부분을 안 보인 적은 없다. 다쳐도 오고 싶어하고, 꼭 뛰고 싶어하고, 사활을 거는 모습을 봤기에 항상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카타르전은 홍정호의 날이 아니었다. 부진은 인정하지만, 한 번 그랬다고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 불안의 원인을 공격에서 찾았다. 공격에서 슈팅으로 마무리되지 않거나, 패스가 중간에서 잘린 경우 수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적으로 강했던 경기는 수비 문제도 별로 없었다. 패스 성공률이 높은 경기에서도 수비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슈팅으로 마무리하면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없었다. 패스 미스가 나오면서 역습이 나오는데 공격하다가 바로 수비 조직력을 갖출 수 없다. 그럴 때 수비에서 약점을 보인 적이 있다. 공격력을 강화한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