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공지영 (작가, <시인의 밥상> 출간)
소설가 공지영 씨가 '시인의 밥상'이라는 신간 에세이집을 발표했습니다. 공지영 작가가 지난 1년 동안 지리산 자락을 오가면서 한 시인과 함께한 밥상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요. 요즘 매일 터지는 사건들 때문에 공황 상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위로를 전해 주는 책이라고 합니다. 오늘 화제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공지영 작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공지영 작가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신경쇠약 안 걸리셨어요? 요즘 최순실 씨부터 시작해서 다 신경쇠약에 걸렸다고 그래서요.
◆ 공지영> (웃음) 아니요. 저는 사실 그분들 이름 다 기억 못하겠어요. 라인이 뭐 어떻게 되는지, 인터넷에서 어느 사건부터 줄줄이 감자 캐듯이 나오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되는지 아무리 들어도 이름이 몇 개밖에 기억이 안 나고 그 이름들 다 어떻게 외워요.
◇ 김현정> 인물관계도가 하도 복잡해서? 진짜 맞는 말이네요, 진짜 맞는 말. 그렇게 전국이 뒤숭숭하고 온 국민이 신경쇠약에 걸려 있는 이때 위로가 되는 책을 한 편 작가답게 가지고 오셨어요?
◆ 공지영> 옛날에 저희 어머니도 그런 말씀 하셨는데 밥 잘 먹고 몸 건강하면 또 시작할 수 있으니까 절대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었거든요. 정말 여러분들에게 진짜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네요. 모두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책 제목이 <시인의 밥상> 여기서 시인은 다른 시인이시네요?
◆ 공지영> 네, 제가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주인공으로 다뤘던 박남준 시인이 워낙 요리 솜씨가 출중해요. 그래서 제가 1년 동안 밥을 얻어먹은 기록입니다.
◇ 김현정> 밥을 얻어먹은 기록?
◆ 공지영> 네. (웃음)
◆ 공지영> 굉장히 쉽고요. 조미료나 이런 것들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고 굉장히 깊고 요즘 세태와 전혀 다른 품격 있는 맛이 나요.
◇ 김현정> 품격 있는 맛?
◆ 공지영> 그 단어 너무 낯설죠.
◇ 김현정> 낯설어요.
◆ 공지영> 정말 낯섭니다.
◇ 김현정> 국격 이런 거 우리가 챙겨야 하는데 말이죠. 요새 국격, 국가의 품격 이런 거 논하기가 어려워서요. <딸에게 주는 레시피>란 책도 냈었는데, 원래 요리에 이렇게 관심이 많으셨습니까?
◆ 공지영> 요리를 안 할 수가 없죠. 애들이 굶으니까 저도 먹어야 되고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잘 하세요?
◆ 공지영> 웬만하면 집에서 혼자 먹을 때도 꼭 챙겨서 먹습니다. 예를 들면 가지볶음 하나도 갓해서 연녹색이나 검은색 접시에다 새로 한 걸 얹으면 요리가 따로 없죠.
◇ 김현정> 이야, 작가의 말을 제가 들여다보니까 이렇게 써 있어요. ‘오늘도 혼자 밥을 먹는 모든 쓸쓸하고 서러운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밥상이 주는 위로, 힐링, 외로움을 달래는 힘, 이런 게 있는 겁니까?
◆ 공지영> 박남준 시인이 요리를 하고요. 책 표지에도 있지만 그렇게 꽃이랑 이파리를 남자분답지 않게 남사스럽게 올리시더라고요.
◇ 김현정> 장식을 하세요?
◆ 공지영>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래서 마지막에 한번 물어봤었어요.
◇ 김현정> 왜 그러신대요?
◆ 공지영> 물어봤더니, 독립해서 혼자 살다가 너무 서럽고 힘들어서 길거리에서 들꽃을 하나 따다가 밥상 앞에 놨대요. 그랬더니 그 식탁이 갑자기 확 달라지더라는 거예요. 똑같이 물 말아서 김치 하나 놓고 먹는데.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이파리도 따고 가을에는 낙엽도 따서 접시 옆에 곁들인 거죠. '그랬더니 좀 덜 외롭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듣고 제가 눈물이 좀 핑 돌았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 김현정> 말하자면 들꽃이 밥상의 친구가 돼주는 거네요?
◆ 공지영> 그렇죠. 자연을 밥상으로 혼자 먹는 밥상으로 데리고 오는 거죠.
◇ 김현정> 그런 위로가 담긴 책을 가지고 돌아온 공지영 작가,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그런데 공지영 작가님.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나오셨으니까 제가 이 질문을 빠뜨리고 갈 수 없어요.
◆ 공지영> 어려운 질문 압니다, 뭔지.
◇ 김현정> 아유 참 문단이 요새 뒤숭숭해요.
◆ 공지영> 잘 터진 것 같아요.
◆ 공지영> 사실 어떤 사회나 어떤 집단이나 문제는 있는데 그것을 덮어두는 것이 훨씬 위험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모든 것이 공론화되고 빛 속에서 해결되면 소독약 부을 때 아프고 꿰맬 때 아프더라도 상처는 낫는 방향으로 가는 거죠. 사실 소문은 저도 많이 듣고 있었는데요.
◇ 김현정> 아, 소문을 들으셨어요?
◆ 공지영> 안 좋게 생각하는 건 뭐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에는 병이 있고 죄가 있습니다, 사실은. 병은 아무 사람한테나 막 하는 건 병이고요. 사람 봐가면서 하는 건 죄거든요. 저 같은 경우 만약 그런 걸 제 눈앞에서 봤으면…. 저는 가만히 있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공지영 씨 그런 분이죠.
◆ 공지영> 그런 사람들은 제 앞에서는 그분들이 안 그랬든요. 저는 그것이 참으로 슬프고 아주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힘없는 사람들, 후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건드리는 것, 이것에 제가 아주 분노하죠.
◇ 김현정> 강자 앞에서는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다가….
◆ 공지영> 인간에게 그렇게 많은 걸 기대해서는 안 되고 사실은 처벌해야 되고 아닌 건 아니라고 강력하게 사회 전체가 다 계속 떠들고 이렇게 해야 사회가 반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사실은 유명 작가들이다 보니까 방종이 허용됐던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공지영> 가끔 예술하고 방종을 착각하시는 분들이 좀 있기는 해요. 거기도 뭐 보니까 ‘예술가는 이런 선을 넘어야 된다’면서 그런 말도 있더라고요. 어린아이들에게... 정말 입에 담기도, 제가 그 부모라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프고요. 하지만 이 기회에 이렇게 한번 경종을 울리고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약자들만 골라서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데 더욱 분노한다는 공지영 작가….
◆ 공지영> 더욱 분노합니다. 진짜 그거는 분노합니다. 혹자는 군대 문화 때문에 그런다고 합니다만, 그런 것들에 대한 죄의식이 별로 없어요.
◇ 김현정> 그런 시대를 오래 거쳤죠, 사실.
◆ 공지영> 그렇죠. 나이 많으신 분들은 아무 생각이 없으셨을 확률도 되게 높고 그렇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거죠. 예전에 6. 25 끝나고 음주운전 트럭 몰았다고 해서 지금 음주운전 하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이렇게 유명한 작가 특히 여기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 박범신 작가 이름까지 오르내리는 상황이니까….
◆ 공지영> 사실 더 있습니다. 그분께서 이번에 드러나신 거고요. 사실은 소문 속에서 혹은 한두 사람이 목격한 그런 것에는…. 사실은 한 명이 아니죠.
◇ 김현정> 그러니까 더 있어요? 우리가 이름 들으면 알 만한 작가들의 이야기가요?
◆ 공지영> 그러니까 제가 말씀을 드리는 거지만 아마 그분들도 앞으로는, 혹시 또 누가 피해자가 나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분들도 앞으로는 아마 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박범신 작가 이름 듣고도 많이 놀랐는데 그보다 더 놀랄 일들도 지금 있단 말씀, 알겠습니다. 아유, 공지영 작가님
◆ 공지영> 네. 제 책 얘기 해야 되는데. (웃음)
◇ 김현정> 그러니까요. 우리가 무거운 이야기만 하고 이렇게 끝내면 너무 찜찜해서요. (웃음) 끝으로 우리 국민들 문단도 멘붕 상태고 국민들도 멘붕 상태인 이 상황에서 좀 먹으면 위로가 되는 음식, 뭔가 단체로 농락당한 느낌이 들 때 먹으면 좋은 음식 하나 추천해 주실까요?
◆ 공지영> 저 굴밥 좋아해요, 요새 굴밥이요.
◇ 김현정> 굴밥?
◆ 공지영> 거기 제가 레시피 소개한 거 굉장히 쉬운데요. 밥을 그냥 해 가지고요. 프라이팬 큰 거에다가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밥 넣고 위에 굴 얹고 파 썬 것 넣고 끝. 그리고 나서 양념장에 비벼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 김현정> 이야, 저 아직 아침 못 먹었는데 군침이 도네요.
◆ 공지영> 진짜 맛있어요. 되게 쉽고요.
◇ 김현정> 오늘 저녁 음식 저 정했습니다, 굴밥. 위로가 되는 책 이렇게 또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자주 방송에서 목소리 좀 듣고 싶습니다.
◆ 공지영> 네, 그렇게 할게요.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공지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신작 <시인의 밥상>으로 돌아온 공지영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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