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권으로 넘어간 구조조정··대우조선 세금으로 연명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정부가 지난 1년간 준비해 온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지만 근본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또 다시 세금으로 부실기업의 생명만 연장해 주고 구조조정의 책임은 다음정권에 떠넘겼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은 이것저것 백화점 식으로 나열했지만 대부분 재탕 삼탕에 불과했다. 새로운 내용으로는 11조원에 이르는 군함 등의 공공 선박 발주를 통해 일감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고작 이었다.

자본잠식 상태에 부채 7천%인 대우조선에 구조조정 대신 세금으로 생명을 연장해주는 방안이다.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구조조정 없이 살리는 것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구조조정 없이 몇조원을 더 투입하겠다는 것이다"며 "경제논리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본 상식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따져보면 부실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대책인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구조적인 경기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 대책은 무책임한 것이란 의미다.


특히 부실의 상징이 된 기업에 대해 정부가 진통제를 주사해 연명케 하는 대책은 시장 전체에 매우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으로, 정부가 더 이상 구조조정을 끌어갈 명분을 잃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산자부는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맥킨지에 용역을 의뢰했고, 맥킨지는 대우조선을 정리해 2강 체제로 갈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부실채권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금융위와 산업은행의 반대에 막혀 무용지물이 됐다.

문제는 정부가 억지로 일감을 만들어도 독자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8년까지만 버티면 조선업황 호전으로 현재의 3강 체제가 존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규제에 따라 2018년부터 디젤엔진을 교체하는 발주가 이뤄지면서 조선 업황이 호전될 것이란 점을 들었다.

그러나 글로벌 수주물량보다 한국의 수주물량이 훨씬 더 빨리 감소하는 데다 중국의 추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대안도 없다. 더구나 친환경 관련 물량 수주를 위해서는 투자도 해야하는 데 지금 같은 3강 구도로는 어느 한 기업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경쟁력을 키우는 곳에 쓰여야 할 돈이 부실기업에 낭비되고, 구조조정은 다음 정권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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