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알아야 앱으로 싸게 사지?" 서러운 '디지털 문맹'

노인 '정보화 수준' 일반인 56%에 그쳐…교육 인력도 부족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명자(63·여)씨는 얼마 전 TV 홈쇼핑을 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발견했다.

'모바일로 주문하면 5% 추가 할인'이라는 문구를 본 이씨는 집 전화기를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휴대전화로 전화만 겨우 거는 이씨에게는 홈쇼핑 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하는 것조차 벅찼다. 앱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30분 넘게 휴대전화와 씨름하던 그는 결국 평소처럼 상담원을 통해 상품을 주문했다. 물론 앱만 설치하면 가능한 할인도 받지 못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거주하는 윤주명(84·남)씨는 최근 이사를 가면서 TV와 식탁, 소파 등 일부 가구를 바꿨다.

가구 단지도 가보고 가전 매장도 돌아다녔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게 제일 저렴하다'는 결혼한 딸의 말을 듣고 딸에게 대신 사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사면 제대로 된 것을 살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배달된 가구와 TV 등을 보고는 '큰 걸 살 때에는 매장에서 사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니까 최소한 40만∼50만원은 절약한 것 같았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정보화 시대가 됐지만 '디지털 문맹' 노인들은 오히려 서럽다.

'젊은이들'은 음식점에서도 스마트폰을 만지작대며 할인 쿠폰을 들이대고 적립을 하곤 하지만 '디지털 문맹' 노인들이나 중장년층들은 고스란히 제값을 다주고 먹어야 하는 서러운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 인터넷 등과 친숙하지 않은 이들은 관련 정보기술(IT) 교육을 받을 기회도 많지 않아 각종 편의와 혜택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30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정보격차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노인·저소득층의 스마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정보화 수준이 낮을수록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기기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나 이용 능력이 떨어진다.

조사는 일반 국민 5천500명과 장애인·장노년층·농어민·저소득층 등 소외계층 1만2천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장노년층의 정보화 수준은 56.3%(일반 국민 100% 기준)로 저소득층(74.5%)이나 결혼이민자(73.1%)보다 훨씬 낮았다.

이는 12년 전인 2004년보다 무려 36.5%p 오른 수치였는데도 5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분석 결과 노인들은 접근성은 높았지만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일상 생활에서 응용 면에서 크게 떨어졌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노인복지관에서 컴퓨터 교실이나 IT 정보단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수요보다 전문 강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의 한 노인복지관에서는 오전·오후반을 합쳐 노인 124명이 컴퓨터와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2명뿐이다.

다른 노인복지관에서도 노인 100여명이 컴퓨터 교실을 수강하는데 교사는 단 2명이었다.

컴퓨터를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노인들은 강사가 달라붙어 마우스 조작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줘야 하지만 시간도 인력도 모자란다.

인력이 부족한 복지관 측에서 IT 자원 봉사자들을 쓰기도 하는데 대다수가 1∼2개월만 근무하는 단기 인력이어서 지속적인 교육을 하기는 어렵다.

보통 노인복지관 강의를 듣는 노인들이 컴퓨터나 인터넷 초급반을 떼는 데만 2∼3년이 걸린다고 한 복지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람마다 습득력이 달라서 어떤 분은 1년 만에 컴퓨터에 빠삭해지고 어떤 분은 2년이 지나도 그대로인데 이럴 때 강의 운영이 난감하다"며 "전문강사 인력이 부족해 심화 수업은 아무래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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