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邪敎) 의혹 있는 사람에게 대통령 좌지우지되는 것 이해 안 돼"
- 중국 공산당, 시진핑 주석에게 '핵심' 호칭 공식 부여
- 시진핑 1인체제 공식화된 것으로 평가돼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10월 28일 (금) 오후 7시 0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선경 CBS 베이징 특파원
◇ 정관용>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주석에게 '핵심'이란 호칭을 공식 부여했습니다. 시진핑 1인체제가 공식화된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베이징 연결합니다. 김선경 특파원?
◆ 김선경> 네, 베이징입니다.
◇ 정관용> 핵심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겁니까?
◆ 김선경> 중국 공산당은 어제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를 폐막하면서 발표한 공보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란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중국 권력에서 ‘핵심’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천안문 사태를 진압한 1989년 6월입니다. 당시 덩샤오핑이 한 얘긴데 덩샤오핑은 1세대 영도집단의 핵심은 마오쩌둥이었고, 2세대 핵심은 자신이며, 3세대 영도집단 핵심은 장쩌민이라면서 ‘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을 만들어 중국을 통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이라는 용어가 중국 공산당 권력의 중심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후진타오 시절 권력 장악력이 떨어지며 이 핵심이라는 용어는 사라졌습니다. 시 주석은 그러나 14년간 잊혀졌던 핵심이라는 용어를 이번 회의에서 부활시키며 자신의 권력 강화를 알렸습니다.
◇ 정관용> 중국은 집단지도체제 아닙니까? 앞으로 시진핑 주석 1인지도체제로 바뀐다는 것인가요?
◆ 김선경> 말씀하신 대로 중국은 7명의 최고 지도부가 권력을 나눠 갖는 특유의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집단지도체제는 마오쩌둥 시대의 개인숭배와 권력 집중의 폐해가 낳은 역사적 산물이랄 수 있는데 여기에는 암울한 역사의 반복을 막고 13억 대국을 움직이는 여러 정치 세력들이 ‘공산당 1당 지배’라는 공동 목표 아래 단합하기 위해서는 집단지도 체제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집단지도체제는 1980년 2월 29일 11기 5중전회에서 통과된 당내 정치생활 준칙 2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집체영도(集體領導·집단지도 체제)는 당의 최고 원칙으로 상하 모든 조직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 사항은 집체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어제 끝난 18기 6중전회에서 ‘당내 정치생활 준칙’ 개정이 의제로 올라가 있어서 이것이 변경이 될 것인지 관심을 끌었는데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를 앞으로 계속 견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은 다시 확인했습니다. 시 주석에게 핵심이란 칭호를 부여한 것이 기존의 집단지도 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란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시진핑 1인 권력강화와 집단지도체제는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겁니까?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 김선경> 형식적으로는 7인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되 사실상 시주석 1인지도체제로 갈 것이라는 전망과 또 시주석 천하로 가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엇갈리는 분석이 나오는데, 시 주석은 집권 이후 계속해서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왔는데 그 방법으로 소조(小組)정치를 활용해 왔습니다.
시 주석은 총리가 주관하던 경제 영역에서도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을 맡았고 △외교 △정치개혁 △군대 △인터넷 안전 등 핵심 분야의 소조 조장을 모두 꿰차면서 자신에게 권력을 모았습니다. 집단지도 체제하에서 7명의 상무위원이 각 분야를 맡는데 사실상 시주석이 당·정·군권을 장악한 것이고 이번에 핵심 호칭을 획득함으로써 7인 상무위원 체제에서 ‘오너’에 가까운 권력에 한층 다가서게 됐습니다.
따라서 7인 집단지도체제는 유지되더라도 시 주석이 최종 거부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는 시주석 1인체제의 공식화다, 라고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6중전회에서 집단지도체제 유지를 강조하고 확인한 것은 내부 반발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 김선경> 그렇습니다. 시 주석이 6중전회라는 중대한 전투에서 이긴 것은 분명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당초 시주석 집권이후 시주석에게 권력을 몰아준 것은 과거 개혁개방 30년의 적폐를 해소하고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된데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한 권력집중과 실질적인 1인지도체제 용납은 다른 문제이고 특히 중국 내부적으로 1인지도체제에 대한 거부감은 아직은 큰 상황입니다.
올 들어서 시주석을 핵심으로 떠받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이번 6중전회에서 현실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미리 흘러나오기도 했는데 그러자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상왕으로 불리는 공산당 원로들의 움직임이 부쩍 많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각각 남중국해 방문과 문선 출간을 이유로 외유에 나섰고, 원자바오 전 총리, 우방궈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자칭린 전 정협 주석도 공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두고 전직들이 6중 전회에 앞서 존재감을 보이려는 의도로 노출을 시작했다는 분석에서 내년 여름 전·현직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겨냥한 사전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런 점들로 미뤄볼 때 내년 여름 베이다이허 회의와 내년 말 개최예정인 19차 당대회까지 물밑에서 치열한 권력다툼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 시주석은 최종 권력장악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까?
◆ 김선경> 시 주석은 이번 6중 전회에서 핵심이라는 호칭을 획득한 외에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반부패 사정이라는 무기를 공식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부패와의 전쟁에 앞장서고 있는 기율위의 위상 강화와 성역없는 조사·처벌 권한, 광범위한 자아비판 실시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를 이끌어낸 것인데, 따라서 앞으로 반부패 사정을 무기로 당·정 고위 관료들을 제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인 '7상8하'내규(七上八下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선 내년 69세가 되는 자신의 심복인 왕치산 기율위 서기의 상무위원 '잔류'를 시도하는 한편 집단지도체제의 구성원을 '친 시진핑' 인물로 채워 넣는 일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수순을 거쳐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69세가 되는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6중 전회를 거쳐, 이후 차기지도부가 확정될 내년 말 제19차 당 대회가 개최될 때까지 중국은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에 돌입하는데, 시주석이 다른 계파의 반발을 물리치고 순조롭게 시진핑 천하를 완성해 나갈지 앞으로 1년이 주목됩니다.
◆ 김선경> 중국 언론도 '최순실 게이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을 인용해 상세히 보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등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다며 이번 사태를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조롱조입니다. 나라 일이 그렇게 결정되니까 미국에 꼼짝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교(邪敎) 의혹이 있는 사람에게 대통령이 좌지우지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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