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27일 삼성생명보험이 자살한 A 씨의 유족 B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결과적으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를 부정한 원심의 결론이 타당하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약관의 해석으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부당하지만 보험수익자의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30일 교보생명이 승소했던 건과 같이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완성에 대한 판결으로 재차 생명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이날 자살재해사망보험금을 놓고 한화생명이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며 보험가입자 C씨의 유족 D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8년 2월 보험에 가입한 C씨는 2011년 8월 자살했고, 같은 달 유족이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자살했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험사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보험사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를 알면서 미지급사유를 피고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아닌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교보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의 관련 소송에서도 "보험사들이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있으나 소멸시효가 2년이 지나 청구된 보험금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이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명확히 했지만 자살보험금의 사회적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이번 판결 역시 보험사에 면죄부를 준 반(反)소비자적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보험사가 잘못 작성한 약관에 대해 책임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도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생보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4일 신협 협동조합중앙회가 약관에 명시한 대로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율처리'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자살 재해사망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한화·교보·알리안츠·KDB·현대라이프생명 등은 아직 2년이 경과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