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최순실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개헌을 뽑아들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개헌 추진 선언을 놓고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200명 가량이 개헌을 추진 중이고, 국민 약 70%가 개헌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거론됐다.
그러나 2년전 10월 박 대통령이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개헌론을 일축했을 때도 정치 환경은 비슷했다. 그 무렵 CBS의 국회의원 전수조사에서 의결정족수(200명)을 넘는 231명이 개헌에 찬성했다. 또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60~70%의 개헌 찬성 의견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었다.
2년전 개헌논의 차단의 절박한 이유였던 경제상황도 지금 딱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박 대통령 본인의 일관된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어렵다"는 이날 연설을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 위기를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의 이번 행보에서 또 하나 지적되는 의문점은 '왜 본인만 용납되느냐'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말기로 접어든 2007년 1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을 때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제안을 거부하던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행보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면서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를 제안했다. 추후 이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임기만료 13개월 전에 이뤄진 일이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는 반응을 보였었다. "대통령이 마무리할 일도 많을 텐데 왜 지금 개헌론을 끄집어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 야권 인사는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개헌의 적기는 자신이 원하는 때이고, 가장 적절한 개헌 추진은 자신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란 뜻"이라며 "이번 개헌론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갑자기 개헌을 말하시니 이젠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의아스럽다"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겠다는데 최순실·우병우 이런 일들을 덮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역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선 국민이 찬성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