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훼 생산 농가는 지난 2014년 8688가구에서 지난해는 8328가구로 1년 사이에 4.1% 감소했다. 지난 2007년 1만2859가구에 비해선 9년 사이에 무려 35.2%나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화훼 재배면적은 지난 2014년 6222ha에서 지난해는 5831ha로 6.3%나 줄었고, 같은 기간 화훼 생산량도 11억4천만 송이에서 10억2천만 송이로 줄었다. 화훼 생산액은 7047억 원에서 6332억 원으로 무려 10.1%나 감소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국내 화훼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꽃 소비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가정에 꽃을 장식하거나 기르기 보다는 남을 위한 선물용으로 주로 구입한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꽃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구조적인 특징이 수시로 나타난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명당 꽃 소비액은 지난 2005년 2만1천원에서 2010년에는 1만6천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는 1만3천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화훼 선진국인 일본의 10만원, 스위스 15만원, 노르웨이 16만원과 비교해 10분의 1수준도 안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꽃 소비량의 85% 이상이 경조사용과 선물용으로 소비되지만, 일본과 미국 등 화훼 선진국는 70% 이상이 가정이나 사무실 장식용으로 소비된다"며 "우리나라의 꽃 시장 자체가 외부 여건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주거문화가 변한 것도 꽃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파트 베란다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꽃을 키울 공간도 함께 사라진 것이 꽃 소비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나라 화훼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9월 28일 시행에 들어 간 김영란법은 마른 꽃에 불을 지핀 형국이 됐다. 김영란법 시행을 전후로, 9월과 10월의 꽃 거래물량을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전인 지난 9월 전국 화훼공판장의 꽃 거래액은 7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억3천만 원 보다 17.9%나 증가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화훼 공판장 거래액은 47억9천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4억9천만 원 보다 무려 27%나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난' 거래액은 9억4천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6%나 급감했다. 또한, 화분에 심어 판매하는 관엽류의 경우 거래액이 8억9천만 원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줄었다.
다만, 절화류는 카네이션과 국화 등 대부분의 품목은 거래액이 감소했지만 백합이 22%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거래액이 4% 늘어났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권용규 부장은 "예년 같으면 가을철에 꽃 소비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본격적인 꽃 소비시기인 10월에 거래액이 오히려 감소했다"며 "올해 여름 폭염으로 꽃 작황이 나빠지면서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김영란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화환과 난 등 선물 주문이 20% 이상 감소한 반면, 수취거부 반송은 2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 안형덕 원예경영과장은 "청탁금지법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일반화된 판례형성이 되지 않아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며 "당분간 꽃 소비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산 꽃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외국산 꽃 수입물량은 여전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미,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되면서 과거 25%에 달했던 화훼 과세율이 0%로 완전 자유화된 이후 외국산 수입 꽃이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훼 수출액은 2014년 4060만 달러에서 지난해는 2846만 달러로 무려 29.9%나 줄었다.
이에 반해, 외국산 화훼 수입액은 5721만 달러에서 6077만 달러로 오히려 6.2%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수입물량이 지난해 보다 5% 이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aT 관계자는 "국내 화훼 농가들이 꽃 농사를 포기하면서 콜롬비아산 장미와 중국산 국화, 네덜란드산 백합 등 꽃 수입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화훼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산 꽃 시장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중국산 꽃의 경우 관세율이 해마다 떨어지기 때문에 지리적인 잇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저가의 중국산 꽃이 국내 시장을 점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