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이틀간의 말레이시아 회동...제재국면 속 탐색전?

북핵 관련 회담 맡았던 전직 美관료 참석...제재 국면에서도 상호의사 타진 가능성

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 등 북한의 핵심 당국자들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틀간 회동했다.


비공식 민간 차원의 회동이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인해 분위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북한과 미국의 핵심 관련자들이 만난 것이어서 결코 가볍게만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이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과장, 토니 남궁 전 캘리포니아대 UC버클리 한국학 연구소 부소장 등 4명이 이번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경우 현직이 아닌 전직 관료와 학자들이 참석했지만, 갈루치의 경우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고 디트라니는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미국의 대북협상 특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북핵 관련 중요한 양대 합의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이 이번 회동에 나란히 참가한 것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외교부는 북미 회동 사실이 알려진 지난 21일 "민간 차원의 대화로 미국 정부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대화 관련 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 정부 당국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측이 모두 현직 관료라거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상태는 아닌 것 같다"면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 분명한 공식 메시지를 내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미 간 움직임이 북한을 둘러싼 제재 국면에서 완전한 관계 단절은 막으려는 '물밑 탐색전'의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22일 회동이 끝난 뒤 리안 시걸 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과장은 현지 취재진에게 핵과 미사일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면서 "정부 간 대화까지 가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간 공식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민간 형식으로 접촉해 상호 의사를 타진하려는 절차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쪽 손을 잡아야 다른 손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 회동에서 유의미한 정책이 결정된다기보다, 제재·압박 국면에서 당국이 직접 만날 수 없으니 민간을 통해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절차"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재 국면에서 적십자 회담이나 인도적 지원까지 하지 않았던 우리 정부와는 달리, 미국은 과거에도 강력한 제재 압박 속에서도 민간 차원의 숨통은 어느 정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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