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치 부착에 들어가는 자부담 비용을 장치를 달지도 않은 엉뚱한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수년째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자부담 납부 건수의 절반 이상이 이런 억지 덤터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 자부담금 안 내면 말소 못 해..울며 겨자먹기
노후 경유차에 부착하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는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의 90%를 보조해주고 10%만 차주가 부담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차주들이 큰 부담없이 장치를 장착할 수 있도록 10~30만원 가량의 자부담금을 대부분 폐차할 때 내도록 유예를 해주고 있다. 폐차를 하면서 고철값을 받으면 그것으로 내면 된다고 설득해 일단 장치 부착을 유도한다.
문제는 제조사들을 대행해 자부담금을 징수하는 자동차환경협회가 자부담금 납부의무를 폐차 시점의 차주에게 지우고 있는 점이다. 장치를 장착한 차량이 중고차로 팔려 차주가 바뀌면, 뒤에 차를 산 사람이 덤터기를 쓰는 구조다.
그런데 배출가스 저감장치 장착 여부는 중고차를 거래할 때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자동차등록증에도 장치 장착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고, 교통범칙금처럼 따로 자동차에 압류가 잡혀 있는 것도 아니다.
저감장치부착조회 웹사이트로 들어가 차대번호를 조회해봐야 자부담금 납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중고차 거래에 일반화된 사항이 아니어서 대부분은 모르고 차를 샀다가 폐차 시점에 꼼짝없이 덜미를 잡히게 된다.
자동차환경협회는 지자체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반납 의무를 대행하고 있다. 협회가 장치를 반납했다는 확인증을 발급하는데 이것이 있어야 자동차 등록 말소가 가능하다. 즉 자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장치반납 확인증을 발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주를 압박할 수 있다.
자동차 등록 말소가 되지 않으면 보험을 종료시키거나 새차를 살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인 차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자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다.
◇ 1598건 중 853건이 덤터기...과거 자료는 못 건드린다?
실제로 CBS가 입수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1598건의 자부담금 납부 건수 중에 절반이 넘는 853건이 변경된 차주로 확인됐다. 장치를 장착한 당시 차주보다, 나중에 이를 모르고 중고차를 샀다가 자부담금을 덤터기 쓰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올해 자료만 분석해 공개했지만, 사업이 2013년부터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덤터기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환경부는 변경 차주에 대한 과거 자료는 분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자동차 폐차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자동배출가스 종합관리시스템(MECAR)을 운영하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차량의 차주 변경여부를 충분히 분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자동차환경협회가 폐차 차주에게 걷어 제조사에 넘겨준 자부담금은 99억3900만원이다. 여기서 올해 추세대로 절반이 넘는 차주들이 덤터기를 썼다고 가정하면 제조사들이 50억원이 넘는 돈을 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부당하게 받아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저감장치 부착을 총괄하는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자부담금 납부 문제는 개인간 계약사항일 뿐’이라며 자동차환경협회가 자부담금 조정제도만 운영하도록 할 뿐, 수년 째 이뤄지고 있는 부당한 채권추심 행위 자체를 제재하지는 않고 있다.
한편, 자동차환경협회는 지난 3년 7개월동안 자부담금 징수 대행으로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제작사들에게 걷어주고 수수료로 10억1100만원을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협회의 협회장과 본부장 등 임원 2명은 모두 전직 환경부 공무원 출신이며, 이들은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