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가 소진돼 대출과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가 이번에는 한도를 늘려 추가 공급하겠다고 재발표를 한 것이다. 하지만 공급 규모가 늘어도 3억 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는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어 수도권 등에서 주택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에게는 사실상 생색내기에 불과한 상황이다.
아울러 은행들이 한도 소진을 이유로 판매를 전격 중단한 5년 단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적격대출'도 재개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19일 은행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의 공급 한도를 높여 연말까지 대출을 차질 없이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금융위는 최근 대출 요건과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한 보금자리론에 추가로 3조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9월 말까지 공급된 보금자리론은 총 8조5000억 원으로, 연초 목표인 6조 원을 훨씬 넘었는데 여기에 또다시 추가로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올해 대출 한도를 12조 원으로 상향하고 추가 수요가 있으면 한도를 더 늘리기로 했다.
이는 불과 5일전의 태도와 전혀 상반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의 일관성도 없고 큰 그림도 없는 정책 발표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메스를 들이댔다가 “애꿎은 서민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부랴부랴 이전 방침을 뒤엎는 등의 갈팡질팡 태도를 보여서다.
앞서 지난 14일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의 대상 요건을 주택가격 9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 부부 합산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로 낮추고 대출 한도를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또 적격 대출에 대해서는 추가 수요가 있을 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적격대출이 차질 없이 이뤄지겠다고 하며 사실상 '무제한 공급'을 선언했다.
우선 KB국민·신한·KEB하나·IBK기업·NH농협·씨티은행 등 적격대출을 판매하는 시중은행에 연말까지 추가로 총 2조 원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적격대출은 시중은행이 대출상품을 판매하면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대출 자산을 사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9월 말까지 공급된 적격대출 금액은 총 16조3000억 원으로 연초 설정한 목표 16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적격대출 지원이 '서민 실수요층'에 집중되도록 지원요건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통상적으로 서민 실수요층은 '부부 합산 연 소득이 6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인데, 이를 놓고도 비판 여론이 높다. 사실상 맞벌이 부부는 이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없어서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내년에는 보금자리론의 한도를 최대한 늘려 실수요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