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낮춘 호텔 레스토랑 '3만원 메뉴' 인기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비교적 고가 메뉴가 잘 팔리던 도심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3만 원 미만의 메뉴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클럽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에 맞춰 선보인 1인당 3만 원 이하의 메뉴를 연회 메뉴로 선택하는 비율은 전체 모임 예약 건수의 절반에 달한다.

뱅커스클럽은 스크램블, 쇠고기 버섯죽, 황태북어국 등 3가지 메인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한 조식 코스를 3만 원에 맞춰 선보였다. 중식 코스로 된 오찬 메뉴와 커피 브레이크 메뉴, 도시락, 샌드위치 메뉴 등도 세금을 포함해 3만 원 이하로 선보였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역시 새롭게 선보인 3만 원짜리 연회 메뉴 판매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2만9천900원짜리 세트메뉴를 내놓은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 호텔 역시 비즈니스 고객들의 단체 예약 문의가 법 시행 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는 게 이 호텔의 설명이다.

호텔은 통상 고급 비즈니스 미팅의 대명사여서 청탁금지법의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됐지만, 청탁금지법의 식사 가액(3만 원) 기준에 맞춘 메뉴를 잇달아 선보이고 발 빠르게 비즈니스 모임 유치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3만 원 이하 메뉴가 오히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다시금 주목을 받은 경우도 있다.

실제 서울가든호텔은 지난해부터 뷔페 레스토랑 런치 가격을 2만9천700원으로 내려 판매하고 있는데, 청탁금지법 시행을 기점으로 점심시간 이용 고객이 50% 급증했다고 밝혔다.

가든호텔 측은 "3만 원 이하 뷔페메뉴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도 있었지만 법 시행 후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저녁보다 저렴한) 조찬 모임 예약도 거의 2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탁금지법 시행에 맞춰 일명 '영란 메뉴'를 앞다퉈 선보인 광화문, 여의도 일대 음식점들은 대체로 "고객 반응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고급 음식점들의 경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탓에 개인적으로 식사 약속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었고, 아예 가격대가 저렴한 음식점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영란 메뉴'가 매출 증대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 광화문에 있는 한 고급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프로모션 성격으로 지난달부터 3만 원짜리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 주문 비중이 전체의 5~10%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3만 원짜리 풀코스 세트메뉴를 출시한 불고기 체인점 불고기브라더스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외식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우리는 타격이 거의 없다"며 "기존에도 메뉴가 1만~2만 원대로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김영란법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매출 유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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