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그 핵심으로 ‘대북 결재’, 즉 북한과의 내통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정부가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방침을 결정하기에 앞서 북측의 의중을 파악했다는 회고록 내용에 바탕한 것이다.
물론 문 전 대표 측은 내통은커녕 북한과 조율한 적도 없고 그저 통보만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권은 당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제시했다는 ‘쪽지’ 등을 근거로 북한에 굴종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논란의 발단인 송 전 장관은 회고록의 내용 그 자체라는 입장만 고수할 뿐, 무엇이 맞다 틀리다 말이 없다.
그렇다면 회고록의 해당 부분을 보자. 2007년 11월 18일 회의에서 의견이 엇갈리자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그러면 남북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문 전 대표 등은 “찬동”했다는 기술이 나온다.
문구상으로만 본다면 북측과 어떤 식으로든 교신했거나 하려 한 것은 맞지만, 여권의 주장처럼 북한의 ‘결재’(허락)를 받았다고 단정 지을 증거로는 미흡하다. 단지 판단의 참고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교신’을 무턱대고 ‘내통’이라 몰아세운다면 남북간 접촉이란 고도의 정치행위는 존재하기 어렵게 된다.
이와 관련, 흥미로운 점은 송 전 장관이 “나는 북측의 반발에 대해서 너무 우려하지 말라면서 유엔에서 남북대표부 간 막바지 접촉 경과를 설명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그는 “한국 외교관들은 남북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원활하게 하려면 한국이 나서서 완화시킨 결의안 정도에는 찬성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북측을 설득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잣대를 들이대면 송 전 장관도 북한과 내통했고 이를 버젓이 실토한 셈이 된다.
하지만 회고록의 전체 맥락을 보면, 당시 우리 외교관들이 북측을 접촉하고 설득하려 한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송 전 장관은 “인권 상황을 이유로 북한과의 교류와 접촉을 억제하는 것은 오히려 인권 개선에 역행하는 것”이라 주장했고, 한국의 입장이 미국 등과 같을 수는 없음을 피력했다.
그는 또 “북한 인권 결의안에는 찬성하고 대북 지원은 늘리는 것이 균형있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송 전 장관은 대북 강경 매파와 온건 비둘기파의 양 극단을 오갔던 과거 전철을 밟지 말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한때 몸담았던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내통’ 따위의 표현으로 모욕당하는 것은 원치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그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대북정책을 뭘 잘했다고 과거 뒤집는데 초점을 맞춰서야 되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런 맥락에서 회고록은 참여정부의 공과를 새삼 재평가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비록 오류와 실책이 없지 않았지만 활발한 토론과 의사 결정 방식은 답답한 오늘날의 현실에 비춰 우리가 이럴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새롭게 다가온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이원종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병호 국정원장이 10년 전 그들처럼 과연 대통령 앞에서 기탄없이 난상토론을 벌일 수 있을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