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낙태 의사 처벌' 재검토…백지화 가능성도

내달 2일까지 '의견수렴'…'낙태죄 폐지' 논쟁 촉발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려던 정부 계획이 의료계 등의 반발로 사실상 재검토 국면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18일 "불법 낙태시술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다음달 2일까지로 예정된 입법예고 기간중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2일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불법 낙태수술이나 진료중 성범죄, 대리수술 등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현행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시행령에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규정이 없던 점을 보완한 개정이지만, 낙태수술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사회적 현실을 무시하고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인공임신중절을 포함시킨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지난 14일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논란은 여성단체 등으로도 번지면서, 형법상 낙태죄 폐지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이른바 '검은 시위'로도 불붙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성과 재생산 포럼'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태를 조장하는 건 여성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라며 "낙태죄가 존재한 이상 법과 현실의 모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30일에도 연대시위를 열어, 낙태법 폐지를 위한 집단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형법에는 불법 낙태수술을 한 의사와 한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 여성 스스로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한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다만 Δ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Δ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Δ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등에 한해 임신 24주 안에 낙태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성과 재생산 포럼'에 참여한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더 안전한 임신중절 진료법이 존재함에도 낙태가 불법이어서 한국엔 도입되지 않고 있다"며 "국가가 매년 20만명의 여성을 더 위험한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19일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 등과 만나 최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복지부 안팎에선 이번 개정안이 여론 반발에 밀려 백지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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