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부는 짠돌이?…재정지출, OECD '최저'

전문가 "저성장 고착화 막기 위해 정부지출 늘려야"

OECD 국가의 국가별 일반정부지출 GDP 비중 (자료=OECD 제공)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GDP 대비 정부지출이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씀씀이를 아끼는 건 좋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의 주요 기능인 경기부양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재정건전성 세계 최고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반정부(중앙과 지방정부)가 지출한 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1%였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은 6개국(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뉴질랜드, 스위스, 터키,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낮다.

일반정부 지출 비중이 40%를 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일랜드(35.1%), 라트비아(37.2%)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반면 일반정부의 지출비중이 높은 나라는 핀란드(58.3%), 덴마크(55.3%), 그리스(55%), 오스트리아(51.7%) 등이다.

지난 2014년에도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지출은 32%로 통계가 없는 멕시코를 제외하고 OECD국가 중 가장 적었다. 2014년 OECD국 평균 44.4%에 비해 11.4% 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을 최대한 억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채비율 40% 이내에서 재정수지를 관리, 운용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정부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GDP의 40.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일본은 245%, 이탈리아 132%, 미국 123%, 캐나다는 107% 이다. 우리나라보다 부채 비율이 낮은 나라는 에스토니아(10%), 룩셈부르크(23%), 뉴질랜드(31%), 멕시코(36%) 등 4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의 재정정책 여력이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다며 재정의 역할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우리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른 대부분의 나라가 예산정책은 국회, 집행은 정부가 하는 이원구조지만 우리나라는 이 두 기능을 모두 정부가 담당하는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재정의 경기대응 미흡

문제는 재정건전성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 재정의 주요 역할인 경기대응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2년부터 2%대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2013년과 2015년, 2016년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해 경기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GDP 대비 재정지출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2012~2015년 4년간 GDP 대비 정부지출(총지출 및 순융자)은 평균 21.1%로 직전 4년(2008~2011년) 평균인 21.3%보다 0.2%포인트 오히려 낮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평균치(21.1%)와 비교하면 같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경기가 꺼져서 저성장이 고착화되기 전에 재정여력을 활용해 경기 대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정책조사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재정 적자를 걱정하기보다는 구조적인 장기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를 발휘하려면 재정정책과의 조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 지출을 줄였지만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급랭하면서 디폴트 위기로 내몰린 그리스 사례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재정건전성에만 매몰돼 있다 자칫 경기 대응의 적기를 놓친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재정 제대로 사용해야

다만 정부지출을 늘리되 계획을 세워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명박 정부 때 재정지출은 늘렸지만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에 사용한 것이나 소비촉진에만 집착해 즉흥적으로 편성되는 최근의 추경은 예산낭비 사례로 평가된다.

대신 성장 동력 확충, 구조조정 지원 등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예산을 계획성 있게 집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관계자는 지금은 재정 지출 확대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재정을 투입해야 할 분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성장 동력 확충과 관련해 공공분야가 선도적 투자를 하는 것이다. 민간과 수익은 물론 손실도 공유하는 방식으로 AI(인공지능), 로봇, 우주산업 등에 정부가 재정을 통해 선도적 역할을 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도로, 항만 등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안전과 보건, 환경 등 무형의 SOC 투자를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다. 일례로, 학교의 노후시설 교체나, 내진설계가 안된 건물의 재건축, 미세먼지 대책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세번째는 회계연도가 수년에 걸쳐 있는 사업을 앞당겨 집행하는 것이다. 군함이나 노후선박 교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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